▲ 남북이 14일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개소식을 개최했다./사진공동취재단

[개성 공동취재단=미디어펜 김소정 기자]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14일 개성에서 개소식을 열고 본격 가동되면서 사실상 남북관계에 큰 진전이 기대된다. 그동안 남측 인사가 북측 인사를 만나기 위해 북경이나 심양까지 가야 했고, 판문점에서 당국자 회담이 열렸던 사정들은 옛말이 될 전망이다.  

이런 전망을 반영하듯 이날 개소식에 참석하기 위해 남북에서 모인 인사들은 화기애애한 환담을 나누었다.

이날 오전 10시30분에 연락사무소 청사에 도착한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남북 인사들은 개소식이 시작되기 전 사전교류장에 입장해 서로 개소식 개최 축하와 덕담을 이어갔다.

리선권 위원장은 “서울에서 뵌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몇 달 됐습니다”라며 누군가에게 인사했고, 조명균 장관이 리 위원장에게 한완상 서울대 명예교수를 소개하자 리 위원장은 “총재님 예전부터 기억하고 있습니다”라고 반가움을 표했다. 한완상 교수는 지난 2005년과 2006년 대한적십자사 총재 자격으로 수차례 방북한 일이 있다. 

이어 조 장관이 “우리 북측이나 남측 인원들이 짧은 기간동안 협력해서...”라고 하자 리 위원장은 “오늘 이거 정말 무슨 말을 제대로 못하갔어. 원고 갖고 딱 말해야지”라고 말해 주위에 폭소가 터졌다.

그러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아이 뭐 덕담하시면 되죠 뭐. 우리 리 선생님께서 덕담의 선수 아닙니까”라고 했고,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청산유수, 입을 열면 청산유수”라고 했다.

문 특보가 “언제 오셨어요”라고 묻자 리 위원장은 “아침에 떠나서 내려왔습니다”라며 “이 저 뭐야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정답게 오가니까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 조선말로 지지고 불고 해야 한다 그러지, 이렇게 사람들이 붐비고 오가고 하니까 얼마나 좋습네까”라고 화답했다.

문 특보가 “그렇게 되길 리 선생께서 만들어주세요”라고 하자 리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다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고”라고 했다. 

이때 조 장관이 “오늘 또 한걸음을 걷게 됐고 지금 말씀하신대로 앞으로 더 좋은 분위기를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지에서 방송 인터뷰를 가진 문 특보는 남북연락사무소 설치의 의미에 대해 “남북이 북경에서, 심양에서 만나던 것을 여기서 24시간 상주를 하니까 남북간 민간교류도 엄청 활성화될 것”이라며 “당국 회담도 판문점에서 했던 것을 여기서 하게 되니까 더 활성화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연락사무소가 개성에 설치되면서 개성공단의 조기 재개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 “그건 북측에서 비핵화의 진정한 행보를 보이면 유엔 안보리에 의해서 제재가 완화될 것이고, 거기에 따라 개성공단도 재개될 수 있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개소식에 참석한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연락사무소 설치 의미에 대해 “공동 연락사무소를 마련해 상시 의사소통창구가 마련됐다”며 “이는 남북관계를 제도화한다는 의미가 있고, 제도화는 안정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평가했다. 

고 교수는 “남북간 관계 정상화의 첫 번째가 연락사무소 설치이고, 그 다음 서울과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