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 예산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여당은 물론 정부와 사정당국으로부터 전방위적 압박을 받고 있다. 당장 한국당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자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날을 세우며 대치국면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논란은 지난 17일 기획재정부가 심 의원실을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심 의원실 보좌진이 디지털예산회계시스템(디브레인)에서 30여개 정부기관 행정정보를 무단으로 열람·다운로드 했다는 게 고발 이유다. 정부기관 중에는 청와대와 국무총리실, 기재부, 대법원, 헌법재판소, 법무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추석 연휴에 들어가기 하루 전인 21일 검찰은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심 의원실을 전격 압수수색 했다. 검사에게 사건이 배당된 지 하루 만에 강제수사가 진행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 연휴 기간이었던 23일에는 기재부 고위관계자가 “자료를 공개하면 추가 고발도 검토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한국당은 발끈했다. 수도권 택지개발 내용을 사전에 공개한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형평성을 문제 삼으며,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는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주장이다.
23일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국가기밀을 유출해 부동산 시장을 교란한 여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진척도 없지만, 야당 의원에 대한 수사는 놀랄 정도로 신속하게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야당 탄압”이라고 강조했다. 26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는 야당 탄압과 국정감사 무력화로 서민경제 파탄의 책임을 무마해보려는 꼼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일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 차원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병준 위원장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이번 사안은 의회와 행정부 관계에 관한 문제이자 야당을 탄압하고 의회권력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민주 정부라고 인정한다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자료를 언제든 상시적으로 보고 감시할 수 있도록 열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심 의원도 청와대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공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청와대가 원칙적으로 업무추진비를 사용 할 수 없는 심야 및 주말에 2억4000여만원을 사용했고, 주막·이자카야·와인바·포차 등 술집에서도 3100여만원의 업무추진비를 결제했다는 내용 등이다. 이에 청와대는 “(업무추진비는) 가급적 업무시간 내에 또는 너무 심야가 아닌 저녁 시간까지 사용하라고 권고하지만, 내부 규정상 어긋난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집권여당인 민주당에서는 해당 논란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황당한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2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도둑질 당한 행정자료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이 어떻게 야당탄압이라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관심을 딴 곳으로 돌리려는 억지 주장”이라고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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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국회에서는 심재철 의원실을 ‘정부 비공개 예산 정보 무단 열람 및 유출 의혹 혐의’로 압수수색한 검찰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긴급 의원총회가 열렸다./사진=자유한국당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