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1년"→국무부 "2021년 트럼프 첫 임기 내로"→트럼프 "시간싸움 않겠다"로 완화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총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다음달로 예정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뉴욕 유엔총회에서 비핵화 이행 시한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1년이라는 시한을 제시하면서 북한을 압박해왔지만 최근 들어 이를 2021년으로 바꾸었다가 재차 완화한 것이다.
당초 미국이 북한에게 제시했던 비핵화 이행 시한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1년 내로 핵무기들을 폐기하기로 합의했다"고 거듭 밝히면서 '1년'이었지만, 지난 19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게 뉴욕·빈 회동을 제안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인 '2021년 1월'이라고 변경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일주일 뒤인 2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 걸리든 문제되지 않는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시간싸움을 하지 않겠다"며 "폼페이오 장관에게 (북한과) 시간 싸움을 하지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비핵화 압박을 위한 대북제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선(先) 비핵화 및 최종적인 완전한 검증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에 대한 미국의소리(VOA)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원한다"며 "특히 최종적인 비핵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비확산·북한'을 주제로 열린 안보리 장관급회의에서 "유엔의 안보리 결의안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실현할 때까지 반드시 힘차게 지속되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길은 더 많은 고립과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 또한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가 아직 미흡하다"고 거들었고,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북한의 가시적인 비핵화 조치가 나올 때까지 제재 결의를 지켜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비핵화 시간표를 지운 미국의 기조 변화에 대해 향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미측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탄력적인 입장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지속적인 핵 개발 의지에 의문을 표하면서 우려하고 있다.
리처드 부시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합의를 위한 합의가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에 이익이 되는 비핵화 합의를 맺어야 한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프랭크 엄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비핵화를 서두르면 북한은 미국에 양보를 하라고 압박할 것"이라며 "그래서 트럼프는 비핵화의 빠른 진전에 절박하지 않다는 점을 보이면서 불필요한 양보를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고 북한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함정에 지난 30년간 빠져 있었다"고 경계했고,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부차관보는 "미국 정보기관들에 따르면 북한은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고 있지만 트럼프가 비핵화 시한을 설정하지 않은 것은 상호 신뢰를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 목소리로 '비핵화 조치와 맞물려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가운데,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북한 리용호 외무상은 오는 29일(현지시간) 오전 열리는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기조연설을 갖는다.
이행 시한을 설정하지 않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천명한 미국의 달라진 기조와 관련해 리용호 외무상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어떠한 공식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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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월26일(현지시간) 열린 기자회견에서 "2년이든 3년이든 5개월이 걸리든 문제되지 않는다. 비핵화 협상에 대한 시간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자료사진=싱가포르 통신정보부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