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 담보 제공 요구에, 동부 “자율협약 체결 앞두고 부적절”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온 동부그룹이 최근 주력 계열사인 동부제철을 채권단 자율협약에 넘김에 따라 기업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동부화재 지분 담보 처리를 놓고 채권단과 동부그룹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채권단은 다음달 7일 만기가 돌아오는 700억원 규모의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 발행과 자율협약 체결을 앞두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을 후순위 담보로 설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동부그룹 측은 동부화재가 이 문제와 관계가 전혀 없다며 반박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채권단은 오는 27일 차환발행심사위원회(차심위)에서 다음달 7일 만기가 돌아오는 700억원 규모의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 발행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차환 발행은 이미 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새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지난 24일 차심위가 열렸지만 일부 채권단이 포스코의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 패키지 인수가 결론이 나기 전에는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채권단은 동부의 자구계획안을 심의해 만장일치로 차환 발행을 승인하면 동부제철은 만기 회사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이 채권의 표면금리는 8.40%에 달한다.

산은은 700억원 가운데 200억원은 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차환 발행하고, 동부제철은 100억원을 준비하면 된다. 나머지 400억원의 회사채는 신용보증기금(60%), 채권은행(30%), 금융투자업계(10%)가 나눠서 인수하게 된다.

그렇지만 동부화재 지분 후순위 담보 설정을 놓고 채권단과 동부그룹의 입장 차이가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채권단은 차환 발행 승인을 위해 김남호 부장의 동부화재 지분 14.06% 중 13.9%를 후순위 담보로 제공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동부그룹은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상황에서 동부화재 지분을 후순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은 회사채 차환 발행을 승인하려면 동부화재 지분 후순위담보 설정 등 동부그룹의 책임과 경영정상화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동부제철이 자율협약을 신청할 경우 채권단에서 이를 검토, 체결해야 하는데 이 역시 동부화재 지분 후순위 담보설정 등이 포함된 동부그룹의 경영정상화 의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채권단의 이 같은 주장과 다른 해석을 내놓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동부그룹 관계자는 “동부제철의 만기 회사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7일 자율협약 체결을 신청하는데, 동부화재 지분 담보를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한 처사”라고 말했다.

또 “동부제철 경영정상화 방안은 자율협약 체결 이후 실사를 거쳐 나올 것인 만큼 이에 맞춰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동부그룹과 채권단의 대립 양상을 보고 있는 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그룹과 채권단의 갈등이 심화되면 재무구조 개선에 지장을 초해할 것”이라며 “과거 STX와 마찬가지로 오너가 책임을 지고 경영에서 물러나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김세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