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경직성 개혁 슈뢰더 전 독일총리 어젠다2010벤치마킹, 정책 불확실성 해소도 긴요

   
▲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7일 미디어펜이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주최한 <기업정책과 한국경제의 진로>세미나에서 가업상속세를 없애 기업가정신을 제고하고, 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원장은 이날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겸 KDI 초빙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로 참석해 이같이 강조하고, 현행 대기업집단에 대한 전방위규제는 오히려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키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원장은 이어 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를 가로막고 있으며, 수도권규제를 대폭 풀어야 기업들의 해외탈출을 막고 제조업르네상스를 이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권원장은 이와함께 노동시장의 경직성 완화를 위해 독일의 슈뢰더 전 총리가 제안했던 사회경제개혁프로그램 '어젠다2010'을 벤치마킹해야 하며, 피터팬증후군을 낳고 있는 중소기업 과보호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권태신원장의 패널 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1.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의 중요성
좌승희 박사의 주장대로 더 많은 대기업과 대기업집단을 만들어야한다는데 대해 공감한다. 일본은 1980~90년대 전성기에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산업별로 여러 업체가 있었으나, 우리는 현재 산업별로 한 두 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일본 기업의 몰락은 일본 경제의 몰락과 연관되지만, 한편으로 일본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의 급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중국기업은 약진중이지만, 중국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야만 지속적인 성장추세를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2.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중소기업보호 규제의 문제점
대기업집단규제는 더 많은 집중현상을 초래하고 있다. 중견기업으로서는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집단이 되면 각종 규제에 따른 사업기회의 상실 및 재무적 비용부담 증가로인해 더 이상 성장할 유인이 감소한다. 기업의 자산규모가 5조원이상이 되면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여신규모가 총여신의 0.075%가 되면 주채무계열약정 대상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기업집단의 사업다각화에 대한 규제로 인해 오히려 시장내 집중도가 심화하고 있다.최근 대기업집단의 다각화는 일정 사업영역내 전문다각화로 전환하고 있다. 신규사업에서의 대기업간 치열한 경쟁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 미디어펜은 27일 오후 2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기업정책과 한국경제의 진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좌측부터) 조동근 명지대 교수, 좌승희 미디어펜 회장 겸 KDI초빙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대교수,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

투자활성화를 위한 과제
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가 불확실성의 문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불확실성이 증가되어 기업의 투자유인이 위축되고 있다.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이 높아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뿐 아니라 미국, EU, 중국 등도 기존보다 투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갖고 있다. 미국의 정책불확실성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5배나 상승했다.

불확실성은 기업들이 경기를 비관적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업실사지수(BSI: business survery index)는 2010년까지 90이상이었으나, 2011년 “김정일 사망”으로 80이하로 감소했었고, 2012년“대선기간동안 정책공약의 난립”으로 BSI지수는 한때 65가까이 감소했다. 대선후 회복됐던 BSI는 2013년 상반기 경제민주화 논의로 다시 70까지 하락한 바 있다.

정책의 불확실성 요인도 문제다. 정부는 경제정책불확실성에 대해 일관되고 객관적인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대응과정이 시스템화되어야 불확실성의 파급효과를 완화시킬 수 있다. 경제전반에 파급력이 크고 중요한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나타난 경제정책불확실성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경제주체들이 예상할 수 있다면 해당 불확실성은 체감될 것이다.

경제정책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 예측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치적, 포퓰리즘적, 재량적 결정이 난무하게 될 경우 해당 정책불확실성은 완화되기는커녕 증폭되어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책불확실성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정책결정에 1) 정책결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하며, 2) 재량적 정책결정보다는 객관성이 확보되어야하고, 3) 정책결정에 정치적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수도권규제도 완화돼야 한다. 2002년 이천에 공장을 설립한 뉴트리바이오텍은 매년 100% 이상의 고속성장으로 공장증축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수도권규제 및 심의절차의 불투명성으로 투자증대 결정을 지연한 바 있다.

   
▲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27일 미디어펜이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주최한 <기업정책과 한국경제의 진로>세미나에서 현행 대기업집단에 대한 전방위규제는 오히려 경제력집중을 심화시키는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의를 받기 위해서는 우선 추가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심의 통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부지매입을 위해 몇십억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곤란하다. 신흥국가 기업들과의 경쟁을 위해 양질의 인력확보가 우선이라서 비수도권으로의 이전 또한 곤란한 점도 숙지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수도권 규제 폐지 등 각종 규제 개혁으로 총 18조엔 규모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히거 있다. 투자의 U턴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쓰시다는 중국에 있던 소형 콤팩트 브레이크 공장을 오사카 지역으로 이전하는 등 6,500억엔을 투자했다.

노동시장 경직성도 완화돼야 한다. 정부의 정책목표는 고용률 70%이지만, 현재와 같은 고용경직성은 기업투자를 저해시켜 목표달성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독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Agenda 2010”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 2003년 3월 사민당 총재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사회·경제 개혁 프로그램 ‘어젠다 2010’(Agenda 2010)을 발표했다.

Agenda 2010의 핵심 내용 중 하나는 “노동시장 고용의 유연화”로서, 지나친 고용보호 완화, 실업급여 수급기간 단축, 실업급여제도와 사회보장 혜택을 통합, 임금교섭을 산업별 단체협약 외에 기업별로도 가능케 하도록 완화하는 내용이었다. 독일의 실업률은 1981년에 4.6%, 1991년에 5.6%, 2001년에 7.9%로 지속적으로 오른 후 2005년에는 11.3%를 기록했다. 하지만 Agenda 2010이후 2005년에 11.3%였던 독일의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3년에는 5.3%로 하락했다.

한국은 고용경직성 수준이 과도한 편이다. 2000년 초반까지 한국의 노동시장은 독일보다 더 유연했으나, 프레이저연구소(Fraser Institute)의 평가에 따르면 노무현정부 말인 2006년이후 독일보다 더 경직적 구조로 역전됐다.
중소기업 보호도 대폭 축소돼야 한다. 대기업규제, 고용보호, 중소기업 보호 등과 같은 경제민주화 정책의 추진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성장기반이 위축되고 있다. 고용과 투자가 감소하는 경우에도 생산성이 향상되면 경제성장이 가능하지만 생산성 향상 역시 현 상황에서 어려운 과제다.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은 이 부문의 구조개혁이 없이는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이다.

중소기업 보호제도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보호로 인해 한계기업의 퇴출을 지연시켜 생산성을 악화시킬 뿐이다. 중소기업을 벗어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게 되면 세제상의 혜택, 각종 금융지원이 단절되기 때문에 스스로 중소기업에 머물려하는 피터팬기업(중소기업 기준에 머물려는 기업)을 양산하고있다.

가업계승사업자에 대한 상속세도 면제해야 한다. 기업상속 후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보장할 수 있도록 상속·증여세를 개편함으로써 기업가정신을 제고하고 기업투자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상속세법 강화는 가족기업의 투자를 저하시킬 뿐이다. 독일처럼 기업규모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적격 가업상속에 따른 상속세를 전액 공제해 주는 등 실효적인 내용으로 가업상속세제를 개편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상속세를 전면 폐지하고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상속세가 존재하며 자본이득세 체제는 아니지만, 가업계승자에 대한 상속세 면제혜택이 크다. 독일에서는 충분한 기술축적이 3세대에 이르러서야 나타난다고 평가하여 가업상속 기업에 대해 상속세를 면제해 줌으로써 독일에는 다수의 강소(强小)기업과 히든챔피언이 존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일정규모 이하의 기업에 대해서만 가업계승자 면제를 적용하고 있어 대규모 기업의 가업계승시 상속세면제를 받지 못해 기술축적이 제한받고 있다. 독일은 오히려 소규모인 20인미만 기업에 대해서는 가업계승사업자 상속세 면제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정치적 극단론을 경계해야 한다. 포퓰리즘적 접근은 경제의 역동성을 약화시켜 기업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 정치가 기업에 대한 국민의식을 악화시키는 선동자적 역할을 수행할 경우 기업가정신을 약화시킬 뿐이다. 대한상의 조사에 의하면 2010년 이후 기업호감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기업호감지수 더욱 하락하고 있다.

   
자료 : 대한상의, 『2012년 하반기 기업호감지수조사』, 2013.1.

최근 들어 중소기업은 보호·지원하고 대기업은 규제하는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으로 반기업 정서가 우리 사회에 팽배하게 되었지만, 실효성에 있어서 오히려 경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반기업정서는 기업 경영자로 하여금 신규 및 추가 투자에 대한 회의를 들게 만들어 투자심리를 위축시킨다.

정치의 경제개입을 약화시키기 위한 개선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먼저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법치주의는 사회내 무형자본으로서 작용하여 기업경쟁력 노력제고 및 노동생산성 제고로 이어져 총자산을 증가시킴으로써 경제를 성장시키게 된다. 법치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법의 제정과 집행이 공정하고 정의로워야하며, 정치적 포퓰리즘이나 극단주의에 의해 좌우되지 말아야 한다.

재산권의 보호도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다. 정치적 포퓰리즘은 재산권 보호를 미흡하게 하는 특성이 있다. 고소득자에 대한 고율 세금부과정책과 저소득층에 대한 혜택증가는 사회구성원이 노력에 비하여 실질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수익과 편익을 감소시켜 창의적 투자 및 경제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관료행정과 규제품질을 개선해야 한다. 규제를 통해 기본권과 재산권이 재획정되고 재배분되는 과정에서 당연히 경제적 지대(economic rent)가 창출되고, 지대추구적인 행동이 유발된다. 법제도가 불합리하거나 불투명하고,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방식이나 관행이 자의적이며 불합리한 여건 하에서 부정부패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책결정시 투명성과 객관성 확보가 중요하다. 법규제의 명확성·투명성·객관성·단순성을 확보하여 법규제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재량권 남용도 방지해야 한다. 정책의 불투명성외에 규제에 대한 재량권 남용을 방지할 수 있도록 객관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 규제가 남용되는 주요원인은 1) 절차와 기준이 불투명하고 집행권자의 재량권이 많아 부정비리 발생소지가 크고, 2) 비현실적 규제가 많아 준수가 불가능한 경우가 다수이고, 3) 규제방식이 주로 사전규제, 원칙금지 방식이기 때문이다.

규제비용을 시장경제적 방식으로 해결하는 등 규제 적용시 관료의 재량권을 제한하고 규제의 근거와 기준을 명확히 객관화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전 총리실 국무조정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