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중앙식물원에 기념식수했던 소나무에 봉하마을 흙 뿌리며 감격의 눈물
   
▲ 5일 오전 평양 인문문화궁전에서 열린 10.4 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에서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박수치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 소나무가 모진 비바람, 추위, 더위 잘 이겨내고 잘 컸듯이 공동선언 이행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10.4선언 11주년 기념 공동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한 방북단이 방북 마지막 날인 6일 평양 중앙식물원을 찾았다. 11년 전 고 노무현 대통령이 방북했을 때 이곳에 심었던 소나무를 둘러보기 위해서다.  

식물원 정문에서 150m 정도 떨어진 곳에 심어진 소나무 앞에는 ‘하나된 민족의 염원을 담아 / 2007.10.2∼4 평양방문기념 /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란 문구가 적힌 표석이 있었다.

행사를 준비한 노무현재단측은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와 그가 고시공부를 했던 마옥당, 봉하산, 봉하마을 들판, 화포천, 퇴임이후 머물렀던 곳 등 6곳의 흙과 물을 12개의 플라스틱 통에 담아왔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를 시작으로 참석자들이 돌아가면서 미리 준비한 흙과 물을 소나무 주변에 뿌렸다.

2박 3일간의 방북 기간 내내 말을 아꼈던 건호씨는 “오늘 이 자리에 서서 보니 북측에서도 그날 (10·4) 공동선언의 뜻과 마음을 잊지 않고 계속 이렇게 관리해 주시고 지켜주시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민족간 교류가 제한되면서 남측에서 기념행사를 준비하면서도 앞으로 다시 서로 교류하면서 공동으로 기념할 만이 날이 올지 알 수 없어 불안을 많이 가졌다”며 “봉하마을에서 가져온 흙과 물을 이렇게 함께 뿌리고 나니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많이 뜨거워지고, 감정적으로 여러 가지로 많이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1년만의 기념행사를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소나무를 보니까 정말 싱싱하고, 민족의 기상을 보여주는 나무로 잘 자라고 있어 마음적으로 흡족하다”며 “분단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싱싱하게 파릇파릇 잘 자라는 소나무가 상징하듯이 한반도에 생기가 도는 그런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소나무 앞에서 울먹울먹거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가까스로 추스린 조 장관은 “10.4선언 정신을 이어받고 계승 발전시킨 판문점 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이 소나무가 모진 비바람, 추위, 더위 잘 이겨내고 잘 컸듯이 철저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흙과 물을 뿌리고 자리로 들어오는 길에 다시 눈물을 흘렸고,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건호씨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160여명의 민관방북단은 당초 이날 오전 11시 정부 수송기를 타고 돌아오기로 했으나 태풍 때문에 남측에서 출발할 수송기 출발이 지연되면서 이날 자연사박물관과 중앙동물원을 추가로 참관한 뒤 저녁에 귀환한다.

이번 10.4선언 기념행사를 위해 평양을 방문한 방북단은 정부·국회·지방자치단체 대표 등 당국 방북단 30명과 민간 방북단 90여명, 취재진·지원인원 30여명 등 160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김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친상을 당해 5일 조기 귀환했다.

방북단은 4일 출발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 수송기 3대에 나눠타고 서해직항로를 이용해 평양국제공항에서 성남 서울공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이번 행사와 관련 북측에 우리 측 인원의 체류비용 등을 실비로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최대 2억8000만원 범위 안에서 행사비용을 북측에 먼저 지급한 뒤 민간 참가자들에게 비용을 청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