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매년 국정감사 시즌을 전후해 ‘국감 회의론’이 되풀이 되고 있다. 특히 ‘국회 갑질’, ‘호통국감’, ‘막말’, ‘파행’ 등이 국감 키워드로 거론 되는 것은 물론, 민간인에 대한 무더기 증인 신청으로 ‘국정 감사’가 아닌 ‘민정 감사’ 같다는 지적이 매해 제기되는 상태다.
8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10일부터 29일까지 국감이 진행된다. 올해에도 민간인, 특히 기업인에 대한 ‘증인 신청’이 국감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며 의회를 향한 비판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다만 올해에는 국회의원들이 기업인들을 불러 호통 치는 모습은 최소화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던 삼성전자·LG전자·SK텔레콤·LG유플러스·네이버 대표들이 국감에 출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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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미디어펜 |
과기부 대상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 대표 10명 중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과 조성진 LG전자 부회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네이버를 창업한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등 5명이 각각의 일정을 이유로 과방위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국감에 참석하지 못한 기업인들의 자리는 성공한 요식업 사업가로 유명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이사가 채울 것으로 전망된다. 백 대표이사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에 골목상권 살리기 관련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백 대표에게 호텔업·술집 등 업종 확장과 방송 출연(간접광고)으로 인한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참고인을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국정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는 국감에서 화제가 되는 인물이 민간인인 것은 아이러니”라며 “매년 ‘무더기 증인신청’ 같은 키워드가 국감을 장식하는 것을 보면 국감에 대한 회의적인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토로했다.
또 이 같은 지적이 매년 되풀이 되면서 국감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해진 상태다.
전 세계 유례없는 국감 제도, 이대로 좋은가
당초 우리나라 국감제도는 1948년 제헌헌법 도입 당시 ‘국정조사’의 의미로 제도화된 것이다. 이후 국정감사와 국정조사 간 구분 없이 운영 되다가 1953년 ‘국정감사법’ 제정을 통해 범위의 포괄성 및 정기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의 국정감사제도가 마련됐다.
다만 우리나라의 국감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특유한 제도라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오늘날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의회의 국정조사권을 인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정기적으로 국정 전반에 대해 운영되는 의회 국정감사 형태의 제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감제도가 제헌헌법 당시 국정조사제도를 오해해 잘못 도입됐고, 그 구조적인 모순이 효율적인 국가운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폐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신 국정조사권을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견해다.
다만 국감의 문제점을 보완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자는 주장도 있다. 국정조사와 달리 국감을 통해 예산안 심사와 연계해 국회의 기능을 실효성이 있게 하고, 이를 통해 행정부 권력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의견이다.
‘증인신청실명제’ 언론 플레이에 악용…해법은?
국회 역시 국감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해법을 도입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기업인들에 대한 마구잡이식 증인 요청을 줄이기 위해 ‘증인신청실명제’를 도입했다. 어느 의원이 누구를, 왜 증인으로 부르려는지 공개하는 제도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지난 달 17일 산업재해를 이유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증인 명단에 올린 뒤 대대적인 홍보에 들어가면서 해당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본래 도입 취지와 달리 해당 제도가 의원들의 홍보 수단으로 역이용 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김행범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만약 국정감사에서 민간인을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 선정하고자 한다면 국회 스스로 그 상당한 사유를 먼저 소명하도록 함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경우 감사원의 감사 혹은 민형사적 비위에 관련되었다는 수준의 상당한 증명을 요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그 외의 경우라면 개인으로서는 오직 증인∙감정인∙참고인으로 지정될 경우 서면으로만 대응할 수 있거나 이를 거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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