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선동열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사상 유례없는 국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했다. 선 감독을 국감 증인으로 부른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후 불거진 야구대표팀 선수 선발 문제 등에 대해 강한 질책을 했다. 하지만 핀트를 잘못 맞춘 듯한 손 의원의 질문과 질책, 야구대표팀 성과 폄훼가 오히려 역풍을 불렀다.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선동열 야구국가대표팀 감독이 증인으로 출석해 관심을 모았다. 현직 국가대표 감독의 첫 국감 출석이었다.
국회의원들은 그동안 야구대표팀을 향해 세간에 불거진 의혹 들에 대해 질문하고 따졌다. 특히 이번 국감 이전부터 선동열 감독에 대해 비판 목소리를 높여왔던 손혜원 의원의 활약이 기대됐던 국감 자리였다.
하지만 손혜원 의원은 국감 후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는 모양새다. 준비 부족으로 문제의 본질을 날카롭게 추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야구(또는 스포츠)에 대한 몰이해로 부적절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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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고개 숙인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 /사진='더팩트' 제공 |
손 의원은 선 감독에게 선수 선발시 청탁 여부 등 핵심적인 질문 외에 선 감독에게 연봉이 얼마인지, 무제한 사용 가능한 판공비(선 감독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근무 시간 등을 물었다. 선 감독이 선수 선발은 소신껏 공정하게 했으며 연봉 2억원을 받고 판공비를 무제한 사용하는 것은 아니며, (대회기간 외) 선수들 파악을 하기 위해 TV로 경기를 많이 본다는 등의 대답을 했다.
선 감독의 대답과는 관계없이 손 의원은 "사과를 하든지, 사퇴를 하든지 두 가지 뿐이다. 선 감독 때문에 지난 한 달 동안 (프로야구) 관중 20%가 줄었다"며 근거를 댈 수 없는 압박을 했다.
심지어 손 의원은 야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우승에 대해 "그 우승이 뭐 그렇게 어려운 우승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표팀의 성과 자체를 깎아내리는 발언까지 했다.
국감을 통해 무슨 확신이 들었는지 손 의원은 자신의 SNS에 "선감독을 선의의 피해자라고 본 제가 바보였습니다. 다시 갑니다. KBO, 그리고 KBSA, 야구적폐부터 제대로 밝혀 보겠습니다.
야구팬 여러분들의 성원 부탁합니다"라는 글까지 올렸다.
하지만 국감 후 손혜원 의원은 야구팬들로부터 상당한 역풍을 받고 있다. 역풍의 요지는, 손 의원이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줄 제대로 된 날카로운 질문을 하지도 못했고, 감독 사퇴를 요구할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증거나 자료를 제시하지도 못했으며, 기본적으로 야구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상식에 맞지 않는 질문이나 질책을 했다는 것이었다.
국가대표 감독의 특수성, 선수 선발에 대한 감독의 고유권한, 대표팀 전임감독의 업무 형태, 종목의 특성에 기인한 평소 활동 등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질책을 위한 질책에 그쳤다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더군다나, 야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우승을 두고 "어려운 우승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대회 준비를 위해 애써온 모든 야구 종사자, 다소 실망스러운 경기 내용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심한 압박감 속에 열심히 싸운 선수들, 응원을 보내준 야구팬들을 모두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많았다.
손혜원 의원은 선동열 감독을 국감 증인으로까지 부른 가장 큰 이유가 야구팬들의 요청 때문이라고 했다. 특정 병역미필 선수를 굳이 대표팀에 선발한 것이 감독의 뜻이 아니라 청탁에 의한 것 아니냐, 일본이나 대만과 달리 우리만 프로 정예 멤버들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할 필요가 있느냐,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특혜를 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등이 아시안게임 후 야구대표팀과 선동열 감독을 향해 야구팬들이 제기했던 주요 논란들이었다.
하지만 이런 논란들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파헤치거나 대안을 찾는 노력 없이 인터넷 댓글 수준의 질책만 할 것이면 왜 굳이 귀한 국정감사 시간을 할애해 현직 대표팀 감독을 증인으로 불러세웠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굳이 이번 '선동열 국감'의 소득을 꼽자면 야구팬들의 진정한 야구 사랑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야구, 특히 프로야구는 팬들의 사랑과 인기가 존립의 근거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일으킨 논란은 팬들이 충분히 공분할 만했다. 많은 질타가 있었다. 팬들이 실망감을 외면으로 나타내지 않고, 야구사랑으로 낸 이런 목소리는 현 대표팀 선발 과정과 성적에 따른 병역혜택 등 여러 논란을 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냈고 개선 움직임으로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상당수 야구팬들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으로 인해 실망했다는 의사 표현을 했다. "이제 야구 안볼랍니다"라는 댓글도 심심찮게 올라왔다. 하지만 여전히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은 많았다. 손혜원 의원이 이른바 '야·알·못' 질책에, 야구팬들은 "그러시지 말라"며 역풍을 날려보내고 있다.
국가대표 감독을 맡기 이전 '국보급 투수'로 야구팬들을 즐겁게 하고 청소년대표 때부터 각종 국제대회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한국시리즈 우승을 한 명감독으로 명성을 쌓아온 선동열 감독이다. 선 감독은 직접 "야구팬들이나 청년들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듯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논란이 될 만한 선수 선발로 흠집이 생기긴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선동열 감독이 국감에 불려나와 '야·알·못' 국회의원으로부터 'TV로 경기나 보는 대표팀 감독'으로 질타당하는 것에 많은 야구팬들은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야구적폐부터 제대로 밝혀 보겠습니다. 야구팬 여러분들의 성원 부탁합니다"라고 당부했지만, 야구팬들이 바라는 바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국감에서 실착성 발언들을 하는 바람에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야구팬들의 성원은 오히려 많이 잃게 됐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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