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10대 기업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내부거래 규제 대상을 늘리겠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공정위는 상장·비상장사 구분 없이 총수일가의 보유 지분율이 20% 이상인 계열회사를 '내부거래 규제 대상 회사'로 설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감 몰아주기'라는 편향된 용어에 매몰돼 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나의 기업으로 볼 수 있는 계열사들 간의 거래를 '분업'으로 보지 않고 '일감 몰아주기'라고 몰아세우며 정부에서 저지하는 것은 지나친 개입이라는 비판이다.
공정위는 10일 삼성, 현대차, LG, SK 등 10대 그룹의 2017년 내부거래액이 2016년 대비 19조 원 늘었다고 밝혔다.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집단은 셀트리온(43.3%), 중흥건설(27.4%), SK(26.8%) 순이다. 금액으로 보면 SK(42조8000억원), 현대자동차(31조8000억원), 삼성(24조원)이 많았다.
신봉삼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은 이날 "상장사보다는 비상장사에서, 총수 없는 집단보다는 총수 있는 집단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아닌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며 "이로 인해 중소기업 경쟁기반 훼손 등의 우려가 있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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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정거래위원회 로고./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전문가들은 공정위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본질이 '분업'에 있는데 이를 '일감 몰아주기'라는 용어로 규제할 경우 기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계열사 관계사에 하청을 하면 '일감 몰아주기'라고 한다"며 "잘못된 일이라는 전제를 깔고 하는 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거래에는 가격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가격 이외에 품질, 위험 관리, 신뢰, 금융여부, 손실 보상의 가능성, 추후 협력 가능성 등 수 많은 요소가 고려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위가) 이런 객관화하기 어려운 요소들을 다 무시하고 가격과 특수관계라는 것만 갖고 '몰아주기'라고 몰아 붙이고 있는 것"이라며 "관치의 횡포가 그럴싸하게 감정팔이용 언어로 포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일감 몰아주기가 그렇게 기업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면 그 회사는 장기적으로 망할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기업 효율, '분업'·'내부거래'에 있어…규제 어불성설
현진권 전 자유경제원 원장은 "기업의 효율은 '분업'과 '내부거래'에 있다"며 "기업이 왜 내부 거래를 선호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계열사는 결국 하나의 기업군으로 볼 수 있다"며 "기업 안에서 내부 거래를 하는 것이 보안 문제도 최소화 할 수 있고,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부거래냐 외부거래냐는 문제 삼을 일이 아니"라며 "해당 거래가 부당거래였는지, 정상 거래였는지 따지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판별하기 위해선 기업 스스로 내부 거래에 대해 공시를 하고, 공시된 결과에 대해 손해를 봤다고 생각한 주주가 손해배상 소송을 법적으로 제기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다면 시장을 통해 사법 당국이 풀어야 할 일이지 관료가 간섭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조 명예교수는 또 중소기업의 생존 기반을 이유로 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규제하는 것에 대해 "공정위가 중소기업의 생존을 어떻게 책임지냐"며 "그것은 공정위가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같은 논리라면 단골 식당에 일감을 몰아주면 다른 식당의 생존에 위협이 되니 주기마다 단골 식당을 바꾸라고 규제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나무 올라가랄 땐 언제고…올라가면 추락하게 만들어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포함된 지주회사 규제와 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 규제가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는 현재 지주회사 요건인 비상장회사의 지분 40% 이상, 상장회사 지분 20% 이상을 각각 50% 이상, 40% 이상으로 높이려고 하고 있다.
다만 이는 과거 정부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정부는 과거에 지주회사 제도가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하고, 투명성 제고에 더 낫다는 판단 하에 출자총액제한을 면제해주며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유도했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9년 출자총액제한 자체가 폐지되면서 이제는 지주회사체제가 오히려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대해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주회사체제를 갖추기 위해 지분확보비용이 크게 증가한다"며 "뿐만 아니라 이렇게 지분율이 높아지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된다"고 지적했다.
최 명예교수는 "지주회사로 가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손회사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지만 총수가 20% 이상 보유한 상장·비상장회사와 이들이 50% 넘게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이 되기 때문에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50% 이상을 취득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나무에 올라가라 해 놓고 막상 올라가면 땅바닥에 추락하도록 흔드는 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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