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혜원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을 강하게 질책한 후 여론의 역풍을 맞자 '왜곡'을 얘기하면서 "진심으로 사과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이 또 다른 역풍을 부를 소지가 있어 보인다.
손혜원 의원은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진 한 장을 올리면서 '왜곡'이라는 글을 덧붙여 놓았다.
골목을 걷고 있는 손혜원 의원을 찍은 사진이며 골목길에 세워둔 고무 대야가 손 의원의 손에 들려 있는 것처럼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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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손혜원 의원 페이스북 캡처 |
이 사진과 함께 손 의원은 '왜곡'이라는 제목 하에 "나는 골목길을 걸었고 고무다라이는 그저 벽에 기대어 있었을 뿐인데 마치 내가 고무다라이를 들고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 '내가 언제 저걸 들고 있었지?' 하며 나도 깜짝 놀라도록 그렇게 보이는 것. 내가 골목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 고무다라이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왜곡'"이라는 글을 올렸다.
손 의원이 이런 글을 올린 배경은 그 전날인 10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선동열 감독을 질책했던 것이 야구팬 중심의 여론으로부터 강한 역풍을 맞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손 의원은 선 감독의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의 문제점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났거나 야구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손 의원은 이런 여론의 역풍이 자신의 본의가 '왜곡'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항변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손 의원의 의중은 이어진 댓글에 답글을 달면서 명확히 드러났다. 한 네티즌이 이 사진과 글에 "항상 이런 왜곡이 있죠. 앞뒤 다 자르고 사퇴하세요라는 단어에만 목메는 왜곡 현상을 보네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손 의원은 그 댓글에 답글을 달았다. "저는 선감독 사퇴하는 것 반대입니다. 자신의 소신은 맞고 다른 이들의 의견은 싸그리 무시하는 그에게 진심으로 사과할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그럴 수 있다고 믿은 제 잘못입니다. 저런 방식으로 2020년 올림픽까지 가서는 안된다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KBO, KBSA가 좀더 열심히 대한민국 야구의 내실을 기하도록 하는 길에 매진하겠습니다"라는 답글이었다.
손혜원 의원의 이런 답글은 또 다른 왜곡을 부를 수 있어 우려된다. 국정감사에서 손 의원이 선 감독에게 '사퇴' 얘기를 꺼낸 것은 '사실'인데 그 진의는 "진심으로 사과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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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더팩트' 제공 |
선동열 감독은 이미 국정감사 전 따로 기자회견을 갖고 병역미필 선수 선발에 대한 국민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한 사과를 한 바 있으며,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사과를 했다. 손 의원이 바라는 '진심으로 하는 사과'는 선수 선발을 아예 잘못 했다는(또는 청탁에 의해 했다는) 사과일텐데, 그것은 선 감독이 소신에 따른 선발이었음을 분명히 밝혔다. 손 의원은 그 '소신'을 굽히라는 것인데,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까지 오른 사람에게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할 얘기는 아니다.
선 감독이 '다른 이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것이 손 의원의 주장이지만, 대표선수로 누구를 뽑을 것인지에 대한 다른 이들의 의견이라면 감독의 고유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기에 논의할 가치도 없는 것이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의원들로부터 '다른 의견'이 있었다면 2017년 성적을 대며 A선수와 B선수 중 한 명을 고르라고 한 김수민 의원의 의견이나, 집에서 TV로 야구 보지말고 현장에 더 자주 나가라고 한 손혜원 의원의 의견이 있었지만 이는 야구팬들에게 조롱거리나 된 의견이었다.
손혜원 의원은 왜곡된 자신의 본의가 억울할 수 있겠지만 스스로의 말처럼 '누구도 원망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그저 스스로의 말처럼 '대한민국 야구의 내실을 기하도록 하는 길에 매진'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여론의 역풍을 조금이라도 덜 맞을 수 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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