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저자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인생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남겼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이상한 방향으로 뛴다면 아무리 빠르다고 하더라도 결승점에 도착할 수 없다는 말로 생각할 수 있다.
비폭력 무저항 운동으로 알려진 마하트마 간디 역시 '방향이 잘못됐다면 속도는 의미 없다'는 말을 통해 방향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최근 국내 설문조사들을 보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경향이 나타난다. 방향은 맞지만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등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고용보험 문제를 비롯한 요소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제도가 너무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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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한 볼프강 괴테 |
그러나 소득주도성장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방향 자체가 잘못 됐다는 점에서 괴테와 간디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소득을 늘려줌으로써 성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최저임금을 1만원이 아니라 5만원으로 올릴 경우 경제성장률이 지금의 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지만, 1만원이 되기도 전에 벌써부터 진통을 겪고 있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는 경제현상을 단면적으로 본 것으로,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급여를 받는 사람의 소득은 늘어나지만 급여를 주는 쪽의 소득은 감소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편의점업계에서는 점주들이 '알바보다 적게 받는다'고 토로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기타 요식업계에서도 비슷한 하소연이 들린다.
근로자들의 생산성이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 것도 지적돼야 할 사항이다. 근로자의 임금은 노동생산성과 아귀가 맞을 때 가장 이상적이지만, 노동생산성보다 임금이 늘어날 경우 고용 창출·유지 동인은 그만큼 감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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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아파트 경비원 감축 계획/사진=유튜브 캡처 |
특히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경우 이들이 정부 정책에 따른 경영난을 이유로 고용을 줄이게 되면 노동시장에 충격이 가해질 공산이 크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 대규모 감축 예고를 비롯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해고당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1987년 이후 국내 근로자의 노동생산성보다 임금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제조업 '엑소더스'가 벌어졌고, 이는 훗날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게 하는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저임금의 당위성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임금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자연스러우며, 정부가 문제해결을 목적으로 특정한 가격을 인위적으로 강제하면 누군가는 '의문의 1패'를 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루드비히 폰 미제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속한 오스트리아 학파가 지적한대로 정부가 시장가격을 통제하는 사회주의식 계획경제는 비효율을 초래하며, 국내 고용지표 악화 및 소득 하위계층의 가처분 소득 감소 등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방향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 속행돼야 할 것이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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