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정부가 ‘자율규제’에 초점을 둔 가짜뉴스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율규제를 넘어서 ‘법제화’까지 주장하고 있다. 반대로 전문가들은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구상에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가짜뉴스’라는 표현보다 ‘허위·조작정보’라고 바꿔 부르려고 한다”며 “허위조작정보를 어떻게 할지 관계부처가 논의 중이고, 이달 중 대책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는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이 합동으로 ‘범정부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하려다 연기했었다. 가짜뉴스 기준마저 모호한 상황에서 정부 발표로 논란이 커지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무위 국감에서는 자유한국당은 물론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로부터 ‘신중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은 “허위·조작 정보의 기준이 우리 정부가 듣기 불편한 내용인지에 따라 판단될 수 있다”며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고,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과잉 규제’를 언급하며 “규제 대상이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가짜뉴스 대책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11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에서 방통위는 가짜뉴스 자율규제 기반조성 정책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내놓으려던 ‘범정부 대책’과는 별개인 방통위의 안(案)은 언론계·학계·연구기관 등의 ‘민간 팩트체크’ 기능 활성화에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박광온 의원을 위원장으로 내세운 민주당은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법제화 움직임이 활발하다. 박 의원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과방위에는 11건의 (가짜뉴스)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인데, 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법이 훨씬 강력한 내용”이라며 “논의를 통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제화 움직임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가짜뉴스 규제를 앞서 추진했던 선진국의 사례에서 실효성이 없음이 이미 드러났고, 자칫 정치적 논란만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하다는 이유에서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가짜뉴스 대책은) 현실적으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정보 전체를 모니터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문제가 제기된 사안만 법망에 걸리게 될 텐데 ‘규제 형평성’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특정 잣대를 가지고 가짜뉴스와 오보를 구분 지어버리면 정치적 갈등만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프랑스와 미국 등에서도 주요 언론사와 관련 연구소 등 민간이 참여한 검증위원회를 운영했던 적이 있지만, 효과를 봤다는 얘기는 나온 게 없다”며 “하물며 우리나라에서는 정부까지 나서 가짜뉴스를 규제하겠다는데 안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 더불어민주당은 10일 가짜뉴스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가짜뉴스에 대한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갔다./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