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롯데 자이언츠가 사령탑을 교체했다. 조원우 감독을 경질하고, 이미 롯데 감독 경험이 있는 양상문 전 LG 단장을 새 감독으로 선임했다.

조원우 감독의 경질은 전격적이지만 예상됐던 일이기도 하다. 조 감독은 2년 계약 마지막 해이던 지난해 롯데의 후반기 돌풍을 이끌고 3위에 올려놓음으로써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아직 계약기간이 2년이나 남아 있었지만, 올 시즌 롯데가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7위의 성적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자 조 감독 교쳬 요구가 구단 안팎에서 많이 제기됐다.

팀 분위기 쇄신과 재도약을 위해 감독을 바꾼 것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그런데 양상문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긴 것은 뜻밖이다.

양상문 감독은 '다시' 롯데 사령탑에 오름으로써 독특한 이력에 독특함을 보태게 됐다. 롯데는 양 감독에게 고향팀이자 친정팀이다. 부산고(→고려대) 출신인 양 감독은 1985년 프로선수 생활을 롯데에서 시작했다. 이후 청보와 태평양을 거쳐 은퇴한 뒤에는 롯데에서 코치 생활을 했다. 2004년부터 2년간 롯데 감독도 지냈다. 

   
▲ 사진='더팩트' 제공


2007년 LG 투수코치로 외도(?)를 한 뒤 다시 롯데로 돌아와 2군 감독과 투수코치를 또 지냈다. 감독까지 했던 팀에 코치로 다시 복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다시 롯데를 떠난 후에는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2014년 5월 LG 감독으로 부임해 지난해까지 팀을 지휘했고, 올해는 LG 단장으로 재직했다.

LG 단장을 떠남과 동시에 다시 롯데 사령탑으로 복귀한 양상문 감독이다. 지도자로서 3번째 롯데와 인연을 맺었고, 두 번은 감독으로서다. 독특한 이력이 아닐 수 없다.

롯데는 왜 조원우 감독 경질이라는 결단을 내리면서 양상문 감독을 다시 불러들였을까.

롯데는 과거 팀 감독을 했던 지도자에게 다시 감독직을 맡겼던 전례가 있다. 1984년 롯데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일 일궈냈던 강병철 감독에게 두 번이나 다시 감독을 맡겼다. 1991년 강병철 감독을 다시 불러 1992년 두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성과를 냈다. 강병철 감독은 또 다시 양상문 감독 후임으로 2006년 롯데로 돌아왔으나 이번에는 두 시즌 연속 하위권 성적을 내며 '우승 청부사' 역할을 못하고 팀을 떠났다.

강병철 감독의 전례를 감안할 때 롯데가 양상문 감독을 다시 부른 것은 '옛 영광의 재현'이 주된 이유여야 한다. 하지만 양 감독은 2004년과 2005년 롯데를 이끌면서 우승 또는 그에 준하는 화려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다만, 2005년에는 이전까지 4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며 암흑기에 빠져 있던 롯데를 5위까지 끌어올리는 지도력은 발휘했다.

양상문 감독이 LG를 맡았던 4년 동안 LG는 두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나 우승권에는 다가서지 못했다.

이런 '감독'으로서의 양상문 감독의 경력을 대입해 보면 우승이 간절한 롯데가 양 감독을 다시 영입한 것에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올 시즌이 실패로 돌아간 후 롯데 팬들은 김경문 전 NC 감독처럼 강력한 지도력으로 우승을 시킬 수 있는 사령탑을 영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양상문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

롯데 구단이 세대교체 등을 통한 팀 체질 개선에 양상문 감독이 적임자라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양 감독은 LG 감독과 단장으로 있었던 최근 수 년간 LG의 세대교체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구단 안팎으로 잡음이 적지 않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냈느냐에 대해 엇갈린 평가는 있지만 분명 LG는 양 감독 이전과는 달라진 측면이 있다.

롯데는 최근 수 년간 상당한 투자를 하며 전력 보강을 해왔고, 한편으로는 신진 선수들 육성에도 힘썼다. 그러나 이번 시즌 경기 내용이나 성적, 모든 면에서 실패했다. 신구 조화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보지도 못했고 신예들의 성장은 더뎠다. 롯데에 대해 잘 알고, LG에서는 세대교체를 밀어붙였던 양상문 감독이다. 어쩌면 양 감독이 롯데의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또 하나, 롯데의 양상문 감독 재영입을 좀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프런트 강화'를 위해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KBO리그 각 팀들은 '야구인 출신 단장'이 대세다. 이번에도 kt 이숭용 단장, LG 차명석 단장이 선수 출신으로 프런트 수장이 됐다. 10개 팀 가운데 7개 팀 단장이 야구인 출신이다.

롯데는 비선수 출신 단장(이윤원)이 있는 팀이다. 이른바 '프런트 야구'가 트렌드인데, 롯데는 선수 출신 단장을 내세울 뜻은 아직 없어 보인다. 그런데 단장이 야구인 출신인 팀이 보다 체계적인 구단 운영을 하고 있고 성적 등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양상문 감독은 직전에 LG 단장을 경험했다. 롯데 프런트는 조원우 감독을 경질함으로써 이번 시즌 실패의 책임을 선수단으로 미루고, 단장 경력의 양상문 감독을 영입함으로써 약한(?) 프런트를 보완하는 효과를 보겠다는 계산을 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양상문 감독은 고향팀으로 돌아와 지도자로서 또 한 번 새로운 도전 앞에 섰다. 당장 롯데 팬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많이 보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의 재건에 성공해 지도자로 재평가를 받는 것, 이제 양상문 감독의 몫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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