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출퇴근길 하루 30분이면 충분하다. 아니라면 잠자리에 들기 전이든 산책로든 상관없다. 길 위든 침대든 흔들리는 지하철이든 하루 30분이면 오롯이 자기의 내면과 만날 수 있다. 순서도 상관없다. 자기 마음에 드는 주제를 골라 그때그때 읽으면 그만이다.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화제의 인문학 시리즈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 3편이 완간됐다. 첫 번째 시리즈 '멈춤'에 이어 두 번째 '전환'과 세 번째 '전진'편이 나왔다.
'멈춤'편은 4주 연속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에 머물고 있다. "어려운 설명 하나 없이 나를 둘러싼 세상을 설명하는 책!" "지하철에서 읽다 내릴 역을 지나쳤다." "매일매일 수업을 듣듯 읽으며 배움의 기쁨을 다시 찾았다."는 등 출간 직후부터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36개의 주제를 선정해 하나의 그릇에 담기 어려웠던 인문학의 범위를 '멈춤·전환·전진'이라는 생의 방향성으로 나누어 담아냈다. 문학에 관심이 많은 한문학자, 중국 차(茶) 전문가, 인간관계에 정통한 정신과 전문의, 신화학자, 미술전문 기자, 소설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친절하고도 생생한 언어로 발상의 전환을 이끈다.
정통 인문학자는 물론이고 정신과 전문의, 배우, 소설가, 고전 번역가, 영화평론가, 경제학자, 군사전문기자, 철학자 등 독자에게 한 발 더 다가가려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친절하고도 생생한 언어가 가득하다.
'멈춤'편은 속도경쟁 사회에 지친 사람들이 인문학이라는 그늘에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고, 지적 목마름을 축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문학·역사·철학과 같은 전통적인 인문학은 물론 생태·경제·건강·영화·연극·역사·경제·고전 등 인간을 에워싼 문명의 결실을 폭넓게 다뤘다
시리즈가 선정한 두 번째 키워드 '전환'이다. 새로운 관점과 깨달음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에서 온다. 하지만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을 의심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돌아보기란 쉽지 않다.
'전환'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나 자신의 심리 상태 등 익숙해진 탓에 간과해온 일상 속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냈다. 역사·동양 고전·지리학·천문학 등 과거의 문명과 환경을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할 뿐만 아니라 문화·심리·건강·미술과 같은 인류의 현재도 폭넓게 다룬다.
'전진'편은 내면을 다진 독자가 드디어 '나'를 벗어나 세상과 조우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일상의 틀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아가자는 바람을 담았다. 이 책은 문학·과학·사회 등 세상과 맞설 '나'를 가꿀 방법과 건축·음악·미술·고전 등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며 앞으로 나아간 또 다른 '나'들의 역사를 되짚는다.
'나'를 제대로 알리는 데 유용할 소설가의 글쓰기 강의부터 철학이 어우러진 미술 평론이 담겼다. 뿐만 아니다. 삶의 바탕이 되는 건축학, 고전문학이 더해진 클래식 음악, 물리학자의 천문학 오디세이, 세상을 바꾼 혁명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학문으로 규정할 수 없는 지식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며 통섭의 기쁨을 안긴다.
책속으로 들어가 보자 "깨달음이 없는 공부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내 앞에 돈오점수의 세계가 열려 있다. 문득 나를 깨치고 서서히 닦아나가는 주체는 나 자신이다. 내가 나를 깨닫고, 내가 나를 닦아, 나를 부처로 승화하라. 해답은 내 마음의 근저에 있다." -'멈춤'편 본문 409쪽 〈한국의 사상을 말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조금씩 아프다. 통증은 감각을 가진 생명체의 운명이다. 그러나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말해도 귀담아듣지 않는다. 왜? 새로울 게 없으니까. 원래 다들 아픈 거니까."-'전환'편 본문 139쪽 〈치유의 인문학〉
"한바탕의 소동,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보는 이들은 즐거웠다. 한여름 밤에 펼쳐지는 상상력의 축제 속에서 우리는 너무 심각해지지 않으면서도 현실을 돌아봤다.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욕망을 성찰했다. 이 모든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다니! 셰익스피어는 정말 놀랍지 않은가!"-'전진'편 본문 270쪽 〈클래식, 문학을 만나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 불신을 가지고 산다. 남들은 잘 버티는데 나만 힘든 것 같은 인간관계, 회사에서는 종일 엑셀 파일을 들여다보지만 정작 내겐 없는 경제관념, 밤하늘에 떠 있는 빛나는 별들의 이야기까지…. 인간은 원래 고독하다지만 이 책은 스스로를 틀을 깨치고 나오는 길라잡이다.
때문에 독자들은 현실에 존재하나 모호한 인문학 '개념'들을 쉽게 이해하고, 스스로 '관념'적 사유를 즐기는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차근차근 커리큘럼을 따라가다 보면 나와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읽는 식견을 얻을 수 있다.
윤후명 시인은 "지금 우리의 인문학은 대학을 쫓겨나다시피 나름의 길로 가고 있다. 그러나 지구가 돌고 있는 한 인문학은 대지에 뿌리내려야 한다."며 "이 알맞춤한 인문학 안내서가 그 길을 친절히 알려주리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이 책에는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읽으면 딱 좋을 길이와 소재의 글들이 듬뿍 들어 있다. 하지만 만만하게 보지는 마시라. 은근히 몰입하게 만든다"며 "자칫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책으로든 스마트폰으로든 훌륭한 읽을거리가 될 것"이라고 강추했다.
책을 출간한 백상경제연구소는 서울경제신문의 부설 연구기관으로 2013년부터 지금까지 8만여 명의 수강생을 모은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이하 고인돌)'로 대중의 갈증을 풀어왔다.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시리즈는 '고인돌' 콘텐츠를 바탕으로 1인 저자의 학문적 깊이에 의존하는 대신 집단지성의 시너지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누구나 무심히 흘려보냈던 일상을 소중히 그러모아 새로이 나아갈 용기와 희망을 선사하는 '퇴근길 인문학'. 개인의 건강함이 사회의 건강함으로 나아갈 수 있는 지침서로 부족함이 없다. 나를 발견하는 순간이야 말로 새로운 나의 세상과 조우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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