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경영이 경제적 가치창조보다 우선시 될 때 기업 실패로 이어져
   
▲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분배, 균형, 격차 완화, 이타주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과 같은 용어가 우리 사회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사회적 가치' 극대화를 통해 새로운 '사업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 가치라는 개념을 통해 각 그룹사 CEO들의 경영방향을 잡아주고 있다. 그러나 새롭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기업의 본질을 왜곡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그 방침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 경제의 중요한 자산인 SK그룹이 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마디 해 본다.

현 정부가 들어선 뒤 가장 곤혹을 겪고 있는 집단은 기업일 것이다. 특히 대기업 경영주일수록 더 큰 어려움에 시달려야 했다. 몇몇 기업인은 지난 정부와 관련된 이슈로 구치소에 다녀오기도 했다. 이처럼 일련의 사건을 겪으면서 기업에 대한 이미지도 많이 안 좋아졌다.

아마 대부분의 기업가들이 '기업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한때 기업가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경제적 리더였지만, 이젠 불평등과 격차를 만들어 내는 원흉 취급을 받고 있다. 큰 기업일수록 자랑스러운 게 아닌, 태생적 부끄럼의 원천이 되는 세상이 됐다.

최 회장이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경영 전략을 내세우는 이유도 아마 현 정부의 기업규제정책과 대기업에 대한 사회적 불신에 대처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의 본질에 대한 통찰과 이를 바탕으로 한 경영전략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지 않으면, 그 기업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아니, 어쩌면 망할 가능성이 더 크다. 5년짜리 정권의 정책방향 때문에 기업의 본질을 외면한 경영을 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잘못하면 기업의 미래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권을 잡은 정부의 수명은 5년이지만, 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의 미래도 밝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6월26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기업의 사회적가치 창출에 대해 역설하고 있다./사진=SK 제공

기업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다. 경제적 가치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정부에 세금을 낸다.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경제적 가치가 창조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가치 또한 달성될 수 없다. 기업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재화를 창조함으로써 수요자를 만족시키고, 그에 대한 포상으로 이윤을 얻는다.

반대로 수요자들이 원하지 않는 재화를 만들면 쓸데없는 생산을 한 것에 대해 '손실'이라는 처벌을 받는다. 손실이 발생하면 기업의 일자리는 사라지고 국가에 세금도 낼 수 없게 된다. 이는 모두가 불행해 지는 결과다. 바꿔 말하면 성공한 기업은 대다수의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는 뜻도 된다. win-win의 결과를 낳게 되는 거다. 그래서 기업은 경제적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경제적 성공을 하게 되고, 그것이 결과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조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선 기업에 이타적인 행동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러나 사회적 가치는 경제적 가치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다. 흔히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용어로 기업이 지역사회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이야기 하지만 이런 말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타적인 경영이 경제적 가치창조 경영보다 우선하게 될 때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가들은 이타적 기업경영이란 따뜻한 용어에 매몰돼 이타적 기업경영을 채택하기도 한다. 이기적이지 않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로 인해 초래된 결과는 모두 기업가 혼자서 떠맡아야 한다. 이타적 경영을 통해 회사가 망한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책임을 공유하거나 대신 떠맡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분배, 균형, 격차완화, 이타주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같은 개념들이 사회적 압력으로 기업에 작동할 때 우리 기업의 역동성은 사라진다. 때문에 기업은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라는 본질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해선 안 된다. 그리고 이 같은 신념을 지키기 위해선 기업가의 철학이 필요하다.

시장경제와 기업이 우리 사회에 주는 위대한 공헌을 이해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단순히 책 몇 권 읽는다고 생기지 않는다. 시장경제와 기업의 본질에 대한 오랜 생각을 통해 단단한 신념을 갖춰야 한다. 그런 신념이 있어야 정권이 바뀔 때 마다 새롭게 나올 기업규제 정책에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고, 그 힘이 대한민국을 경제적 번영으로 이끌어 간다. 이젠 기업가들도 공부하고, 사고하고, 신념을 갖추고, 행동할 때다. /현진권 경제평론가·전 자유경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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