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화 이글스의 '가을야구'가 끝났다.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올라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찬란한 성과를 냈으나, 정규시즌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르고 올라온 넥센 히어로즈에 1승3패로 밀리며 플레이오프행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화의 이번 2018시즌은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았다. 지난 10년 동안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하위권에 머문 긴 암흑기 속 별로 눈에 띄는 전력 보강 없이 이번 시즌을 맞았다. 핵심전력이라 할 수 있는 외국인선수들은 몸값이나 경력 면에서 오히려 이전보다 수준이 떨어져 보였고, 초보 사령탑인 한용덕 감독의 부임 첫 해였다. 시즌 개막 전 한화에 대해서는 '꼴찌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많았다.

   
▲ 사진=한화 이글스


이런 암울한 전망 속에 시작한 시즌, 한화의 페넌트레이스는 깜짝 놀랄 일들이 많았다.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장종훈 코치 등 한화 레전드 출신들로 구성된 코칭스태프로 인해 덕아웃 분위기가 확 달라져 있었다. 경기에서는 가진 실력 이상을 발휘하며 끈끈한 승부욕을 보였고, 곧잘 역전승도 일궈내고 웬만해서는 연패도 당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화는 정규시즌 3위라는, 기대를 한참 뛰어넘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한때 2위 자리를 넘보기도 했고, 시즌 막판에는 4위 넥센의 추격에 시달리며 최종전에서야 3위를 확정하긴 했으나 한화의 페넌트레이스는 찬란했다. 10년을 기다려온 한화의 '보살팬'들은 관중석을 채우고 열성적인 응원으로 숨가빴던 레이스를 함께 했다.

한화는 넥센과 치른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아쉬움을 많이 남겼다. 정규시즌 3위의 체면도 있으니 최소 플레이오프까지는 올라갔으면 하는 것이 한화 팬들의 간절한 바람이었지만 뚜렷한 한계를 보이며 3차전 한 경기만 이기고 물러났다.

포스트시즌은 단기전에 총력전이다 보니 한화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토종 선발투수에 대한 갈증이 심해졌다. 샘슨과 헤일 두 외국인투수 외에는 포스트시즌에 믿고 내세울 선발이 마땅찮았다. 헤일과 샘슨이 선발로 나선 1, 2차전을 내줌으로써 한화는 탈락을 예감해야 했다. 3차전 선발을 맡은 장민재가 호투를 해준 덕에 이후 불펜의 힘으로 한 경기를 따냈으나, 4차전에서는 1군 선발 등판 경험이 아예 없는 19세 고졸 신인 박주홍을 선발로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페넌트레이스에서도 토종 선발 육성에 대한 고민이 컸던 한화는 불펜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 어려움을 극복했다. 최강 불펜진을 앞세워 3위까지 올랐지만 이는 한 시즌 반짝 효과를 볼 수 있을지언정 지속적으로 팀을 강화시켜 나가기는 힘든 구조다. 약한 선발의 한계가 준플레이오프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올해 예상밖 선전을 하면서 세대교체의 속도를 늦췄던 것도 앞으로 짐이 될 수 있다. 정근우-이용규가 여전히 테이블세터를 맡아 포스트시즌을 치른 한화다. 김태균이 제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시즌 내내 펄펄 날았던 호잉의 체력이 떨어지니 타선에 해결사 역할을 해줄 선수가 없었다. 넥센의 임병욱처럼 '미친 활약'을 해주는 선수드 등장하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만 놓고 보면 한화의 작전 수행 능력은 낙제점이었다. 꼭 필요할 때 보내기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한다든지, 진루타가 필요할 때 플라이볼이나 병살타를 때리며 스스로 흐름을 끊는 장면이 속출했다. 가장 중요했던 1차전에서는 잇따른 주루 미스가 패인이었다. 즉, 한화는 더 강팀이 되기 위해 기본기와 세밀한 플레이를 가다듬어야 한다는 숙제를 받았다.

한용덕 감독은 초보사령탑 답지않게 팀을 잘 이끌며 10년 암흑기를 끝냈지만, 포스트시즌에서는 초보사령탑 답게 순간순간 상황 변화에 대처하는 데 미숙한 면모를 보였고 냉정한 승부사로서도 미흡함을 드러냈다. 장기 페넌트레이스와는 또 다른 경기 운영이나 작전, 선수 기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넥센과 4차례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통감했을 것이다.    

10년을 기다려온 것치고는 한화의 가을야구는 짧게 끝났다. 하지만 한화는 분명 2018 시즌을 찬란하게 보냈다. 문제점이 무엇인지,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도 확실히 알게 됐다. 많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것도 큰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다시 날개를 편 독수리가 더 높이 날아오를 것인지, 반짝 비행을 끝내고 날개를 접을 것인지는 앞으로 하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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