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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글로닷컴 대표 |
KBS 주말 드라마 <정도전>이 막을 내렸다. 50부작인데 정말 빨리 지나갔다. <용의 눈물>도 재미있게 보았는데 <정도전>이 더 압권이었던 것 같다. 이제 주말을 무슨재미로 보내나? 정도전 드라마가 끝나니 갑자기 록그룹 “들국화”가 생각났다. 내 인생에서 항상 같이 살고 있는 가수가 “들국화”이다. 옥션사장 시절 창업초기 기업의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옥션만이 내 세상”으로 바꾸어서 수도 없이 불렀다
1985년 들국화 1집이 나왔을 때 음악평론가 이백천씨는 이 음반으로 가요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였고 지금 들국화 1집 음반은 가요계의 가장 중요한 음반으로 평가 받고 있다. 제가 감히 정도전 드라마가 우리나라 사극의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작가 정현민씨를 비롯하여 연출가 스태프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그 유명한 <개그콘서트>를 가볍게 누르고 20%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았는가? 대박이다.
그러면 왜 600년도 넘는 시대의 인물인 정도전이 재조명되고 사람들은 열광할까? 현대철학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의 앙리 베르그송은 철학에 시간개념을 도입하여 지속성 개념을 설명하였다. 그가 가장 중시하는 것이 “시간의 질적 전환”개념이다. 즉 공간에 머무르지 말고 끝없이 시간의 질적 전환을 추구하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영원한 공간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정도전은 철저하게 시간적 인물이다. 1375년 33세에 나주에 3년간 귀향을 갔지만 거기에서도 민심을 배우고 민본사상에 대한 확신을 가진다. 어느 상황 어느 지위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하여 앞으로 나간다. 그는 자신의 대업을 위하여 어는 한 공간에 머무르는 것을 거부하였다. 마지막 50회분에서 이방원의 간곡한 청도 거부하였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의지를 꺾지 않았다. 시간형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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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도전(조재현분)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방원아 기억하거라. 이 땅에 백성이 살아있는 한 민본의 대업은 계속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방원(안재모분)은 그런 정도전을 비웃으며 "그럼 잘 가시오"라면서 칼을 휘둘렀다. 이방원에 칼에 맞은 정도전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
시간형 인간은 특정 공간에 자신을 던져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관심없다. 자신의 꿈을 달성하기 위하여 모든 상황을 감내한다. 특히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도 받아들인다. 이 점에서는 정도전은 로마제국을 일군 카이사르와 비견될 만하다. <로마인의 이야기>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는 15권의 책중에서 유독 카이사르를 4,5권 두권에 담았다. 그녀는 카이사르야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취한 지도자가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것 어려운 상황을 모두 견디어낸 역사상 가장 훌륭한 지도자라고 평가한다.
시오노 나나미는 지도자가 가져야 할 덕목으로 5가지를 꼽았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의지이다. 카이사르는 이 다섯분야 모두 만점이다.
우리는 리더들이 시대정신과 국민을 위한 정치와 행정을 외면하고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하여 사투를 벌이는 많은 사람들을 보아왔다. 그리고 입으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사리사욕을 취한 고위층들이 숱하게 무너지는 모습도 목도했다. 그러나 공간을 넘어서 그 시대정신의 철학을 갖고 자신의 꿈을 향하여 매진하는 리더의 모습은 설사 그 시대에 행운을 만나지 못하더라도 언제든지 역사 속에서 살아남아 다시 회생할 수 있슴을 정도전 드라마는 일깨워 주었다.
최근 교원대학에서 300명이상의 예비교장 선생님들에게 강연하면서 부탁했다. 교장이라는 공간은 이번 연수과정이 끝나면 잊어버리고 매일 매일 최고의 학교를 만들기 위한 자신의 질적인 전환을 이루어 달라고 강조했다. 인생을 살아보면 공간이 화려할 때도 힘들 때도 있었지만 오늘까지 생명력을 이어온 것은 어느 상황에서도 매일 매일 질적 전환을 해야 한다는 시간적 사고의 인생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직장, 영광스러운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어느 경우에나 시대정신을 소중히 여기고 주어진 24시간을 참되게 활용하는 진정한 시간형 인간이 돼야 한다. 다시 한번 정도전 드라마로 주말의 즐거움을 주신 연출가 작가 스태프에게 감사드립니다. /이금룡 코글로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