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촛불 2주년'을 기념하는 집회가 지난 주말인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2년 전인 2016년 10월1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처음 촛불집회가 등장했다. 다섯 달 동안 이어진 시위 끝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당했고 문재인 정권이 들어섰다.
'촛불 정신'을 내건 문재인 정권은 '균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 공평한 분배' 원칙으로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소통정치, 적폐청산 그리고 소득주도성장을 추구해왔다. 기회 있을 때만 '촛불'을 민주주의의 완결판처럼 우상화 했다. 정의를 넘어 신념으로 자리했다.
그리고 2년만에 다시 광장에 등장한 촛불. 그런데 달라졌어야 할 희망의 소리보다는 갈등과 여전히 끝나지 않는 청구서만이 남발됐다. 짧지 않는 세월이었건만 희망이 아닌 절망과 '네 탓'을 부르짖는 그 모습. 여전히 '이게 나라냐'는 자조는 현재진행형인가 보다. 왜 일까. 무엇이 문제일까.
문재인 정권이 공언한 대로 적폐청산과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협치도 화합도 실종이다. 소통정치는 청와대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비난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세금주도성장이라는 호된 성토마저 당하고 있다. 고용은 최악이고 뒷걸음질 치는 경제에 대한 불안감은 점점 커져 가고 있다.
공평한 분배를 외치며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했지만 고용참사라는 역풍을 맞고 있다. 속도조절론이 나오고 전문가들은 검증되지 않는 실패의 길이라며 한숨을 쉰다. 청와대만 요지부동이다. 정책 효과를 보려면 아직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희망고문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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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 2주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재인 정부의 구호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편 가르기식 적폐청산의 피로감은 언제쯤 끝이 날까. 소득주도성장이란 장밋빛은 시들어 가고 있다. 고용은 온통 잿빛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
균등한 기회 제공을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쳤다. 공공기관이 앞장섰다. 민간기업은 알아서 기어야 한다. 삼척동자도 아는 친노동, 반기업 정서로 무장한 정부에 더 찍히면 그야말로 교도소 담장을 이웃해야 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유입은 새로운 고용을 막는다. 고용절벽은 예고된 참사였다.
공정한 경쟁?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슈다. 현대판 음서제인 고용세습이 전방위로 터지고 있다. 문제는 정의와 민의를 외쳤던 촛불세력의 연루 의혹이다. 정의감과 도덕적 우월감을 내세우면 부도덕함을 질타했던 장본인들이 불공정한 게임을 벌였다.
신의 직장 공기업이 고용세습, 친인척 채용, 특혜성 정규직화 의혹에 휩싸였다. 어느 기관이건 예외가 없을 정도로 편법·비리가 자고 일어나면 튀어 나오고 있다. 강원랜드, 서울교통공사, 인천공항공사, 국토정보공사, 산업인력공단, 금융공기업, 국립대학병원, 국민연금…. 임원과 귀족노조의 적폐 민낯이 국민적 공분을 자아냈다.
공기업뿐만 아니다. 강성노조가 자리잡은 대기업도 예외가 아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노조 단체협약 내용 중 우선·특별채용 방식으로 고용세습을 유지하는 노조는 지난 8월 말 기준 15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그중 9곳의 상급단체가 민주노총, 5곳이 한국노총이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비판여론이 뜨겁다. 더욱 분노를 부추기는 건 속속 드러나는 의혹에도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는 등 이중적 태도다. 고용세습에 대한 반성은커녕 도덕군자인양 비정규직 철폐를 외친다. 청산되지 않은 적폐세력들이 촛불 민의를 부정하고 왜곡한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게시판에 "재벌 세습은 욕하면서 노조 세습에는 아무 말 않는 민주노총은 이중적인 세력", "일자리 침해와 국민의 행복 추구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며 민노총의 처벌을 요구하는 글도 올랐다. 서울시청 게시판에는 "우리 대학생이 취업하려면 공부를 때려치우고 박원순 캠프에 들어가거나 다시 태어나서 민주노총 조합원 부모를 두어야 합니까?"라는 대학생의 대자보가 나붙기도 했다.
채용비리는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일자리 약탈행위나 다름없다. 자녀 취업을 간절히 바라는 부모의 소망도 짓밟았다.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신뢰가 무너지고 불신이 쌓인다. 불신은 갈등을 야기하고 갈등은 분노로 치닫는다.
공기업이 그들만의 채용 놀이터가 된 것은 무리한 정규직화와 고용 경직성, 강성노조의 눈치보기가 불러온 적폐다. 공기업의 방만과 고용비용 상승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친노조 정책이 노노 갈등을 부채질하고 특권 노조의 횡포에 사회적 약자, 노동 소외계층은 권리마저 박탈당한다.
촛불 2주년.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게'라는 문재인 정부의 구호는 어디쯤 있는 것일까. 편 가르기식 적폐청산의 피로감은 언제쯤 끝이 날까. 소득주도성장이란 장밋빛은 시들어 가고 있다. 고용은 온통 잿빛이다. 시간이 없다. 이젠 촛불을 들었든 들지 않았던 모두를 위한 보편타당한 상식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산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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