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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
박근혜대통령이 마침내 도를 넘은 공무원들의 밥그릇싸움을 질타했다. 자동차연비측정을 둘러싼 산업부와 국토부간의 고질적인 영역다툼에 대해서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박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부처 간 고질적 영역 다툼이 정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고 질책했다.
박대통령은 “그동안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이번 자동차연비측정 처리 과정에서 나타난 모습은 정말 실망스럽다”고 경고했다. 이어 “부처간 고질적인 영역 다툼도 문제지만, 부처간 조정 중에 있는 이견이 그대로 외부로 노출돼 국민들과 업계를 혼란에 빠뜨렸다”고 했다. 정부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고 개탄했다. 신뢰를 쌓기는 어려워도 떨어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까지 나서 경제부처간 갈등과 다툼, 이기주의를 지적해야 할 정도라면 경제부처간의 업무조정 실패 문제는 심각한 행정비효율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내수는 물론 글로벌 수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자동차업체들의 혼선과 답답함은 오죽할까 싶다. 국민들도 헷갈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산업부가 연비측정과 관련해서 내린 합격판정에 대해 국토부가 뒤늦게 내린 정반대의 결론에 대해 자동차업계와 국민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답답할 뿐이다. 정부가 오히려 자동차업계와 국민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국토부와 산업부간의 행정중복과 갈등을 신속히 해소할 업무조정을 즉시 실천해야 한다. 국무조정실이 최근 조정에 나서 국토부가 사후연비 측정업무를 가져가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말 실시한 현대차 싼타페와 쌍용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재조사 결과에 대한 두부처의 이견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달말 싼타페 2.0 2WD의 복합 연비가 신고치보다 8.3%, 코란도스포츠는 10.7% 낮았다고 발표했다. 오차허용범위(5%)를 넘었으므로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린 것. 산업부는 두 차종 모두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과의 소통과 투명성에서 세계 최고수준을 지향한다는 차원에서 정부3.0을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도 경제부처에서 박대통령의 정부3.0정책을 형해화(形骸化)하는 볼썽사나운 영역다툼을 벌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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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토부와 산업부간의 현대차 싼타페및 쌍용차의 스포츠코란드에 대한 상이한 연비측정 발표와 관련한 영역다툼과 정책혼선을 강하게 질책했다. 국토부가 부처간 조율이 안된 사안에 대해 무리하게 발표하면서 정책불신을 초래하고, 자동차업계도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답답하게 만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박대통령이 1일 청주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인이 싸준 삼겹살쌈을 먹고 있다. |
경제부처 컨트롤 타워인 기획재정부는 두 부처의 상이한 연비측정 논란은 소비자들이 법정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황당하고도 어정쩡한 봉합이다. 경제부총리가 교체되는 시기에 기재부가 부처간 조정업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제관료들의 규제를 통한 지대(rent) 추구 행위가 한국최고의 수출효자 및 일자리창출산업인 자동차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박대통령은 경제재도약을 국정의 핵심 정책으로 제시했다. 세월호 참사와 원화강세에 따른 자동차 철강 조선 전자 반도체 등 주력업종의 채산성 악화, 내수업종의 불황 지속,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등은 우리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투자와 소비 생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박대통령은 이같은 어려운 경제환경을 감안해서 과감한 규제완화와 투자활성화를 통해 꺼져가는 성장엔진을 다시금 힘차게 밟으려고 하고 있다.
국토부나 산업부는 대통령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그런데도 이기주의와 밥그릇싸움을 벌이는 것은 대통령의 영이 서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부처간 혼선과 갈등을 빚게 한 담당공무원들에 대해선 일벌백계를 해야 한다. 그래야 유사한 사태가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국토부가 거친 방식으로 연비측정을 실시하고, 이를 산업부와 조율도 하기전에 서둘러 발표해버린 점. 그동안 현대차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메이커와 수입차업계는 10년이상 연비인증 법규인 ‘에너지이용합리화법’과 ‘자동차에너지 소비효율 및 등급효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사후인증을 받았다.
자동차 연비측정은 운전자의 운전패턴(브레이크 및 가속페달 밟는 성향)과 시험실 환경, 연료, 차량 고정방식, 시험설비 등에 따라 동일한 기관이 연비를 연비를 측정해도 편차가 나올 수밖에 없다. 국토부는 산업부와는 다른 방식으로 측정을 해서 불합격판정을 내린 것이 불씨를 키웠다.
연비측정방식을 바꾸려면 부처간에 의견을 조율하고, 자동차업체들이 이에따른 준비를 해서 혼선을 줄이는 것이 최상책이다. 국토부는 끗발싸움에서 산업부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이 오기행정(불합격판정 발표)을 펴면서 산업부와 갈등을 초래하고, 자동차업계도 불안하게 만들었다. 자동차업계로선 어느 부처에 장단을 맞춰야 하는지 난감하게 된 것. 한 정부내에서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정반대의 결론을 내린 사례는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토부의 연비측정방식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글로벌 표준연비가 없는 상황에서 국토부가 산업부보다 지나치게 높은 잣대로 갑자기 불합격판정을 내리는 것은 자동차업계를 곤혹스럽게 만들 뿐이다. 체력이 약한 환자에게 과도한 처방을 하는 것은 되레 부작용만 가져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연방정부는 국토부의 이번 불합격판정을 유심히 지켜볼 것이다. 해당자료를 모니터링하면서 현대차와 기아차등의 연비문제 파일을 차곡차곡 쌓아놓을 것이다. 현대차 기아차는 그렇잖아도 도요타의 전철을 밟지 않기위해 극도로 품질경영과 안전사고 방지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도요타는 2009년 미국에서 렉서스운전자가 브레이크결함으로 동승했던 가족들과 함께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미연방정부의 조사를 받았다. 품질에 대한 미국 자동차소비자들의 불신감으로 한동안 미주지역에서 판매격감으로 위기를 겪었다. 벌금도 조단위를 물어야 했다.
미국의 외국자동차 혼내주기는 도요타에 이어 현대차 기아차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자동차업계에서 나돌고 있다. 우리정부가 연비제도의 낙후성을 자인한 이번 사태는 한국차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외국정부가 한국차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도 있다. 부처간 밥그릇싸움이 자칫 국익을 해칠 수도 있는 것이다.
국토부나 산업부는 자동차산업이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수출 및 고용, 부가가치 효과등을 면밀히 따져서 연비측정문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자동차산업을 힘들게 하는 규제신설은 곤란하다. 통상마찰이나 보복을 초래할 규제행태는 지양해야 한다. 제도의 급격한 변화는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동차업계도 공식연비와 실제 주행연비간의 격차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이 문제를 빌미로 정부부처끼리 밥그릇싸움을 벌이고, 과도한 제도변화로 자동차업계가 미처 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최악의 정책이 될 것이다.
규제의 신설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동차업계가 글로벌 경쟁력강화와 품질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박대통령이 강조한대도 경제대도약을 위해선 자동차업계가 리더역할을 맡아야 한다. 규제 신설로 자동차업계의 어깨를 쳐지게 해선 안된다. 탁상행정으로 기업들의 부담을 늘려서는 안된다. 박대통령은 규제는 도려내야 할 암덩어리라며 규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바 있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