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일환인 영화 '판도라'에 대한 '모태펀드 투자금지' 사건에 당시 청와대와 국가정보원, 문화체육관광부 및 한국벤처투자(펀드 운영 벤처캐피털) 외에 원자력발전 주무 부처인 옛 산업자원부(산자부)도 '공범' 격으로 한 몫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판도라는 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16년 제작, 그 해 12월 개봉한 원전 폭발사고를 소재로 한 영화다.
3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벤처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이 입수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의 '모태펀드 영화계정 운용을 통한 국가기관의 부당한 개입 의혹 사건 진상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판도라에 대한 모태펀드 투자 '배제'에 산자부도 적극 가담한 의혹이 짙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당시 산업부가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과 사무관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판도라라는 영화가 제작되고 있는데, 문체부가 투자가 이뤄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며, '이 영화를 상영하게 되면 핵발전소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가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해당 사무관이 올해 4월 녹취록에서 '우리는 그런 권한이 없다'고 답했으며, 'BH에서 질책을 받은 것 같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
산자부는 또 국정원을 통해 판도라에 대한 '정기적 동향보고'를 청와대에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김성환 의원은 밝혔다.
판도라에 대한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 문체부 등의 '불법적'인 '개입'과 '압력'에 대해서는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의 '메모'가 공개되면서 기존에 알려졌으나, 여기에 산자부도 가담한 것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청와대는 2014년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좌파영화'에 대한 투자 배제를 요구해 조윤선 당시 정무수석비서관이 비서관 회의를 열어 '모태펀드 관리대책'을 논의했고, 문체부 등에 압력을 행사했으며, 국정원은 '민감영화'로 분류해 관리했다는 것이 재판과정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도라는 성공적으로 제작돼 관중 460만명을 동원, '흑자' 영화가 됐다.
김성환 의원은 "이 사건은 국가기관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해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정신'을 흔든 일이며, 정부 입장과 다르다고 해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면서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원래 29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종합감사에서 질의하려고 준비했으나, 시간부족으로 하지 못했다"며 "추후 질의 여부는 아직 미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냥 넘어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본지는 산업부 대변인실에 이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이 아직 없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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