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18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썰렁하다. 경기가 재미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관중석에 갈수록 빈자리가 늘어가고 있어 걱정스럽다.
넥센 히어로즈와 SK 와이번스가 맞붙고 있는 플레이오프가 4차전을 치르기까지 한 번도 만원관중을 기록하지 못했다.
SK 홈인 인천에서 치른 1, 2차전에는 24,219명, 23,642명의 야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2만5000석 만원관중에 1000명 안팎 부족해 그러려니 했다. 갑자기 뚝 떨어진 기온, 비가 내리고 찬바람이 강하게 분 궂은 날씨(10월 28일 2차전) 등의 영향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넥센 홈으로 옮겨 고척돔에서 치른 3, 4차전에서 관중이 격감했다. 10월 30일 3차전에 13,839명의 관중수를 기록하더니 31일 4차전에는 11,683명밖에 입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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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넥센 히어로즈 |
날씨 탓을 할 수도 없다. 국내 유일의 돔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경기에, 만원 관중인 1만6300석도 못 채웠다. 아니, 1만2000명도 불러모으지 못했다.
이러고도 '가을잔치'를 한다고 할 수 있을까.
포스트시즌 관중수 격감에는 여러 원인이 있을 것이다. 아시안게임 기간 리그 일정을 중단하느라 늦어진 시즌으로 11월이 되도록 한국시리즈를 시작도 못하고 있다. 계절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고 있다. 돔구장이 고척돔 하나밖에 없는 현실에서 '겨울야구'는 흥행에 악조건임이 분명하다.
최근 수 년간 폭발적으로 끓어올랐던 프로야구 열기가 감소한 측면도 있다.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리그 중단이 악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대표선발 과정에서 일부 병역미필 선수의 자격 논란은 금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낸 후에도 계속됐다. 선수들의 사회적 지탄을 받는 일탈 행위가 잇따른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팀마다 팬 동원력에 차이도 있다. 앞서 한화 이글스와 넥센이 맞붙은 준플레이오프 때는 4경기 연속 매진이었다. 한화가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팬들의 가을야구에 대한 갈증이 심했던데다, 한화의 대전 홈구장은 규모가 작아 1만2400석밖에 안됐다. 상당수 팬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으며, 암표가 횡행하기도 했다. 넥센 홈경기로 열린 3, 4차전에도 많은 한화 팬들이 찾아 연속 매진이었다.
플레이오프 맞대결 카드가 넥센-SK로 정해지자 관중수가 줄었다. 구단 역사가 길지 않아 인기 구단들에 비해 연고지 정착을 하지 못한 두 팀이다. 고정 팬층이 두텁지 않은 것이 흥행 열기를 이끌어내지 못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포스트시즌 경기가, 4연속 매진 실패를 한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문제다.
우선 KBO(한국야구위원회). 최근 수 년간 관중 증가세에 취해 너무 안일하지 않았는지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과 리그 중단, 늦어지는 시즌 일정 등으로 인한 야구팬들의 실망감과 상실감, 피로감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국회 국정감사에 대표팀 감독과 KBO 총재가 불려나가 이런저런 변명을 하는 모습은, 그런 상황을 연출한 국회의원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야구팬들의 마음에 적잖은 상처를 남기면서 프로야구를 외면하게 만들었고 그 1차적인 책임은 분명 KBO에 있다.
구단들 역시 팬들의 인기를 먹고 사는 프로 팀으로서 평소 마케팅이나 홍보 분야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반성해야 한다. 스타가 없는 팀은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 스타를 키우려는 노력은 미흡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팀들이 선수단 정비를 한다며 팬들과 오랜 시간 추억을 함께 공유해온 베테랑 선수들을 가볍게 내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는 것도 전체 야구팬들의 공허함을 사고 있다.
선수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을잔치를 한다고 손님들을 불러모아 놓고 어이없는 실책으로 수준 낮은 경기를 보여준다든지, 제 기량 발휘를 못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프로 선수로서 책임감이나 평소 이미지 관리 역시 중요하다. 넥센 안우진의 경우 19세 신인으로서 처음 출전하는 포스트시즌에서 경이로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엄청난 화제성과 함께 단번에 스타로 올라서며 팬들의 관심을 폭발시킬 수 있음에도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라는 스스로 만든 굴레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의 가을야구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만큼은 관중들이 꽉 들어찬 경기장에서 야구팬들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멋진 승부가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플레이오프 흥행 실패로 드러난 문제점들을 관계자들이 심각하게 인식하는 가운데.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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