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수사를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하는 가운데 굳이 특별법을 통하지 않고서도 공정한 특별재판부 구성이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3일 밤 ‘KBS 염경철의 심야토론’에 출연해 “사법부 스스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했고,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구성해야 한다는 인식에는 적극 동의한다”면서도 “특별법에 의한 특별재판부 구성은 삼권분립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위헌 요소가 많다”고 강조했다.

주 의원은 특히 △특정사건을 담당할 재판부를 지정하기 위해선 헌법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 △헌법 제101조 제1항에 명시된 ‘사법권’은 재판 뿐 아니라 ‘재판부 구성’과 ‘사건배당에 대한 권한’까지 포함돼 있어 특정 기관이나 특정인에 의한 재판부가 구성되는 것은 위헌이라는 점 △헌법 제27조 제1항에 따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 등을 특별재판부 위헌 소지의 이유로 들었다.

주 의원은 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의 제19조에서 ‘특별재판부후보추천위원회’를 대법원장이 위촉하도록 한 점과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특별재판부 후보자 6명 중 3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주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대법원장이 전국에 있는 모든 재판부의 구성과 사건배당에 관여할 아무런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특별법에 의하면 재판부 구성과 사건배당에 대법원장이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주 의원은 특별법에 의한 특별재판부 대신 현행 법체계 하에서 구성할 수 있는 특별재판부 대안을 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내 약 380명의 법관 중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의혹이 있는 법관 △재판받을 대상자와 과거에 배석판사로 함께 근무했거나, 법원행정처에서 같은 심의관으로 근무한 경험 등 업무적 연관성이 있었던 법관 △사전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하여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밝힌 우리법연구회·국제인권법 연구회·전국법관회의 소속 법관을 배제한 뒤 나머지 법관을 무작위로 추첨해 재판부를 꾸리는 방안이다.

재판부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도 ‘법관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 제14조(배당확정의 효력)에 따라 다시 새로운 재판부에 재배당하면 된다는 게 주 의원의 설명.

주 의원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재판부를 구성하는 동시에 현행 헌법상 아무런 위헌의 문제가 없다”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에 있어 우리들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공정한 재판부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토론 마무리 발언을 통해서도 “사건을 어떻게 공정하게 재판하느냐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고 헌법 체계와 질서를 존중한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법부 신뢰회복과 사법개혁을 위해서는 김 대법원장이 국민께 진솔한 사과와 직을 걸고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피력했다.

   
▲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갖고 "초유의 사법농단 사태를 공정히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