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지불하게 될 상속세가 7000억 원에 이르는 것이 알려지면서 ‘상속세’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기업을 상속하려면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 법한 구조로 되어 있다. 기업의 상속이 ‘처벌’의 형태로 존재하는 거다. 이에 미디어펜은 ‘상속세 톺아보기’ 시리즈를 통해 상속세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상속세 톺아보기①]구광모 LG 회장 상속세만 7천억…어떻게 지불하나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구광모 LG 회장이 고 구본무 회장의 LG 주식 11.3% 중 8.8%를 상속 받으면서 LG의 최대주주가 됐다. 다만 상속을 받으면서 향후 5년간 지불해야 하는 상속세의 액수가 7000억 원에 이르는 것이 알려지면서 해당 제도가 너무 가혹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고, 상속세를 지불하다가 경영권 자체를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해외 주요 국가들의 경우 꾸준히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는 지난 5월 20일 타계한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LG 주식 11.3%(1945만8169주)에 대해 장남 구광모 대표 8.8%(1512만 2169주), 장녀 구연경 씨 2.0%(346만4000주), 차녀 구연수씨 0.5%(87만2000주)로 각각 분할 상속받았다고 2일 공시했다.
이로써 선대회장의 주식 상속에 따라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기존 6.2%에서 최대주주에 해당되는 15.0%가 됐다. 구 대표 등 상속인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앞으로 5년간 나누어 상속세를 납부하게 되며, 오는 11월 말까지 상속세 신고 및 1차 상속세액을 납부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업오너가 자녀에게 기업을 상속할 때 내는 명목 상속세율은 50%다. 그러나 최대주주의 지분을 물려받으면 할증이 붙어 실질 세율이 65%로 높아진다. 이는 세계 최고의 상속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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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광모 (주)LG 대표가 LG사이언스파크를 방문해 연구원과 함께 '투명 플렉시블 OLED'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제공 |
고 구본무 회장이 보유했던 엘지 지분 1945만여 주의 상속세는 약 9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중 구광모 회장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7000억 원 가량이다. 구 회장 등 3남매가 납부하는 상속세 규모는 신고 후 국세청의 상속세 조사를 통해 확정될 예정이다.
구 회장은 보유 현금과 ㈜LG 주식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상속인들은 국내 역대 상속세 납부액 가운데 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LG 주식에 대한 상속세를 관련 법규를 준수해 투명하고 성실하게 납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처럼 높은 상속세율을 유지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상속세를 폐지해 가업승계를 위한 불법, 탈법 행위를 줄이고 있다. 일본은 한시적으로 상속세 납부를 유예했고, 독일은 상속 공제금액의 한도를 없앴다. 미국은 지난해 9월 상속세 폐지(2025년부터 적용 예정)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을 상속할 때 내야하는 세금이 거의 ‘처벌’ 수준으로 돼 있다. 어마어마한 상속세를 지불하려면 회사 지분을 팔아야 하는 아이러니에 직면해 적대적 M&A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구광모 회장이 마련해야 할 상속세는 정상적으로 만들어지기 힘들다”며 “5년 동안 1조라는 금액을 개인이 어떻게 만드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해당 금액은)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인수합병을 하고, 일감몰아주기를 해서 갚을 수 있는 돈”이라며 “상속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기업인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존경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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