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1일 시정연설을 통해 내년도 총지출 470조5000억원을 확정, 국회로 넘기면서 본격적인 예산심사의 막이 올랐다. 작년보다 9.7%가 오른 슈퍼예산을 앞에 놓은 야당이 한달간의 진행될 예산심사에서 과연 철학과 가치를 지향하는 자세로 투쟁력 있는 심사에 임할지 우려스럽다.  

자유한국당이 일자리예산과 남북협력기금 등에 대한 대대적인 삭감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으로 20조원을 삭감하겠다고 나섰지만, 출산장려금 등 무려 50%나 증액한 15조원 규모의 저출산예산을 증액하자고 요구하고 있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정부가 제출한 일자리예산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올해보다 22% 많은 23조5000억원으로 편성돼 있지만 재정사업 심층평가 결과를 반영해 대폭 삭감되거나 우선순위가 재조정될 필요가 있다. 

특히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7000억원으로 대폭 늘어났으며, 올해 9만명을 포함해 대상자가 18만8000명으로 확대된다. 청년 한명을 더 추가 고용할 때마다 3년동안 연간 최대 900만원을 지원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은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되어야 가능하고, 기업이 일자리 창출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업에는 온갖 규제를 통해 성장판을 틀어막아 투자가 막히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인데도 정부는 예산만 퍼부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한다.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일자리를 만든다면 진정한 경제적 의미의 일자리가 아니라 ‘복지 일자리’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즉 생존력과 경쟁력도 없는 일시적인 구제 장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가경제에는 전혀 도움이 안되고, 그저 일자리 통계수치용이라는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현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복지 포퓰리즘 논란은 처음이 아니지만 자유한국당이 예산심사를 앞두고 퍼주기식 저출산 대책 예산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국가재정을 막다른 길로 끌고 가자는 것과 다름없다.

자유한국당이 내놓은 예산 심사 방침을 보면 저출산예산을 보면 무려 15조원 증액한 30조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50%나 증액하겠다는 것으로 지출 방식도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한국당은 신생아 1인당 2000만원 출산장려금을 일시에 주고, 임산부 30만명에게 200만원 한도의 ‘케어카드’를 지급하는 등 일회성 현금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현행 아동수당도 만 12세까지 모든 가정에 월 3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12년간 126조원을 쏟아부은 결과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고, 지금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금 한국당이 복지 경쟁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저출산 문제 해결에 성과없는 관련 예산을 통폐합하고 실효적인 대안을 내놓을 시점이라는 근거이다. 

저출산은 시급한 국가적 과제인 것이 맞다. 하지만 관련 정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들은 출산 문제를 수당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근시안적인 정책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저출산 문제는 당장 해결하기 힘든 것이니 조금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에 대책을 세우는 것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광동 나라정책연구원장은 그의 저서에서 ‘보수의 정치는 일어서려는 사람과 어려운 사람을 돕는 정책이어야 하고, 보수의 복지정책도 노력하려는 사람을 지원하고, 장애인과 병을 가진 사람처럼 스스로 일어서는데 한계를 가진 사람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수의 본성은 ‘강경’이 아니라 ‘유연’에 있다지만 한국당이 복지 포퓰리즘에 가담하는 것으로 유연함을 보이려 한다면 보수 대표당으로 회복할 기미가 없어보인다.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4회국회(정기회) 제11차 본회의에서 2019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청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