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회장이 지불하게 될 상속세가 7000억 원에 이르는 것이 알려지면서 ‘상속세’ 문제가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속세가 세계에서 가장 높을 뿐 아니라, 기업을 상속하려면 기업의 경영권을 포기하는 것이 나을 법한 구조로 되어 있다. 기업의 상속이 ‘처벌’의 형태로 존재하는 거다. 이에 미디어펜은 ‘상속세 톺아보기’ 시리즈를 통해 상속세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상속세 톺아보기②]중견기업 더 힘들어…과도한 상속세로 승계 불가능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상속세 문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서도 ‘난제’로 꼽힌다. 중견기업은 지속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꼽았다. 중소기업 역시 ‘상속,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이 승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
현재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률을 더하면 최대 65%의 실효세율이 적용된다. 이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최고 세율인 26.3%보다 높은 수치임은 물론, 세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기업인들 사이에선 “(상속세 때문에) 기업 승계가 재도약의 순간이 아닌 기업 포기의 시점이 될 수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경기 침체로 경영 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 과도한 상속세나 증여세까지 지불할 경우 기업 유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명문장수기업센터가 발간한 ‘2017 중견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125개의 중견기업 중 47.2%가 ‘과도한 상속 및 증여세 부담’을 기업 영속을 가로막고 있다고 답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제도(31.2%)’, ‘후계자 역량 부족(19.2%)’도 기업 영속의 걸림돌인 것으로 조사됐다.
|
|
|
▲ 상속세 문제는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서도 ‘난제’로 꼽힌다. 중견기업은 지속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과도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꼽았다. 중소기업 역시 ‘상속,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이 승계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답했다./사진=연합뉴스 |
현재 중견기업계에서는 ‘기업승계’가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37.6%의 중견기업이 여전히 고령의 창업주가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상속·증여세 때문에 창업주가 경영권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거다.
이런 이유로 중견기업의 87%는 기업승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중견기업인들의 41.6%가 우리 경제의 장기적 성장 토대로서 보다 많은 명문장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7월 500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업 승계 시 가장 큰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응답 기업의 67.8%가 ‘상속, 증여세 등 조세 부담’을 꼽았다.
이처럼 과도한 상속세가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정부는 세 부담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고소득자의 과세 강화 방안으로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율 축소’를 100대 국정과제에 담아 발표했다.
이 방침은 2017년 세법개정안에 그대로 반영됐고, 상속·증여세를 기간 내 신고하면 세액의 7%를 상속·증여세액에서 공제해주는 신고세액공제가 올해 5%로 축소됐다. 내년 이후에는 3%로 줄어들 예정이다.
김규태 중견련 전무는 “일부 편법 승계와 준비되지 못한 후계자들의 일탈은 분명히 기업이 자성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지만, 이로 인해 기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질시하는 타성적 인식이 강화되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할 왜곡”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