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정규시즌 우승팀 두산 베어스가 2위 SK 와이번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내줄 위기에 몰렸다.
두산은 10일 인천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4로 졌다. 4차전까지 두 팀은 2승2패로 맞섰는데, SK가 5차전 승리로 3승2패 우세를 잡았다. SK는 이제 남은 두 경기에서 1승만 보태면 우승이고, 두산은 1패만 더 하면 정상 문턱에서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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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더팩트' 제공 |
이날 4차전은 두산에게 많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3회초 터진 정진호의 홈런으로 1-0으로 앞서던 경기를 역전패 당한 결과만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두산은 이 경기에서 병살타를 3개나 기록했다. 1회초 1사 1루에서 최주환이, 2회초 무사 1루에서 박건우가, 7회초 1사 1루에서 허경민이 병살타를 쳐 기회를 잇따라 무산시켰다. 9회초에도 1사 1, 2루에서 병살타나 다름없는 정진호의 2루수 직선타에 이은 더블아웃까지 나왔다. 공격이 이렇게 안풀리니 정진호의 홈런 외에는 득점할 수가 없었다.
수비 실책도 2개 나왔는데, 모두 실점으로 연결된 뼈아픈 것이었다. 1-0으로 앞서던 7회말 1사 2루에서 김성현에게 1타점 동점 2루타를 내줬을 때 좌익수 정진호가 송구한 볼이 중계맨 머리 위로 넘어가는 실책이 되면서 김성현이 3루까지 갔다. 1사 2루와 1사 3루는 천지 차이. 곧바로 김강민에게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실점해 1-2 역전을 당했는데, 주자가 2루에 있었다면 실점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두산은 8회초 수비에서도 선두타자 최정이 친 높이 뜬 타구를 유격수 김재호가 낙구지점 포착을 잘못해 놓치는 실책을 범해 무사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 실책이 빌미가 돼 2실점하며 승기를 완전히 SK에 넘겨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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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회말 SK 김성현이 동점 2루타를 치고 상대 실책으로 3루까지 간 뒤 환호하고 있다(위). 8회말 두산 유격수 김재호가 포구 실책을 범하고 있다.(아래) /사진='더팩트' 제공 |
공격과 수비만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야구를 관장하는 신(神)이 있다면 두산을 외면한 게 아닌가 하는 묘한 장면도 잇따라 나왔다.
1-0으로 앞선 두산이 4회초 좋은 추가득점 기회를 맞았다. 1사 2루에서 오재원 타석 때 폭투가 나와 1사 3루로 상황이 바뀌었다. SK 선발투수 박종훈은 다소 흔들린 모습이었고, 오재원과 승부를 벌이던 박종훈은 6구째를 던지기 전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다 마운드에서 발을 뺐다.
이 때 오재원과 두산 벤치는 박종훈이 이중 동작을 했다며 보크라고 지적했다. 최수원 구심을 비롯한 심판진은 아무도 박종훈의 보크를 지적하지 않았고, 두산 측의 항의에 잠시 논의를 했지만 결국 보크를 인정하지 않았다. 보크 여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경기는 그대로 속행됐다.
이 판정을 두고 심판의 오심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만약 보크 판정이 나왔다면 3루주자 양의지가 홈인해 두산은 2-0으로 점수 차를 벌렸을 것이다. 이후 경기 양상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7회말 김성현에게 동점 2루타를 허용하고, 정진호의 실책으로 김성현이 3루까지 간 상황에서는 '누의 공과'를 두산 측이 놓쳤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루에 멈추려던 김성현은 송구가 빠지는 것을 보고 3루 쪽으로 뛰었는데, 그 과정에서 2루 베이스를 밟지 않았다는 것이다. TV 중계 화면에서도 김성현이 2루 베이스를 밟지 않은 것처럼 보여졌고, 2루심 이영재 심판원도 경기 후 김성현이 베이스를 밟지 않은 것으로 봤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두산 쪽에서는 아무도 이 상황을 보지 못했다. '누의 공과'는 어필 플레이에 해당한다. 상대팀에서 어필을 해야만 심판이 판정을 할 수 있다. 만약 두산이 김성현의 누의 공과를 어필하고 심판이 아웃을 선언했다면 1-1 동점 상황에서 주자가 없어지기 때문에 이후 경기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지는 또 모르는 일이었다.
5차전에서는 분명 이처럼 여러 면에서 두산의 경기가 꼬였다. 두산이 통합우승을 완성하려면 남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 인천에서 열린 3~5차전에서 1승 2패로 밀렸던 두산이지만 6, 7차전은 잠실 홈구장에서 열린다는 데 희망을 걸고 반격 준비를 해야 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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