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총수일가의 지배력이 2배가량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에 대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계에서는 공정위가 총수 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문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문제 삼아 공정위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선 안 된다는 비판이다.
공정위는 13일 ‘173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현황(9월 말 기준)’을 분석해 “총수 있는 전환집단들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인적분할, 현물출자, 자기주식 등을 이용해 총수일가와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각각 약 2배씩 확대했다”고 발표했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의 총수 및 총수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각각 28.2%와 44.8%다. 2010년 총수와 총수일가의 평균 지분율은 각각 21.9%, 40.2%였다.
또 지주회사가 아닌 계열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하는 회사가 64개인 것으로 조사 됐다.
공정위는 “최근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를 체제내로 편입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체제 밖 계열사 가운데 사익편취규제대상회사 및 사각지대에 속하는 회사가 무려 57%에 달해 모니터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했다.
공정위는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로 알려져 있는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라고 규정, 올해부터 이를 ‘사익편취규제’라고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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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사진=공정거래위원회 제공 |
그러나 이는 기업의 선택 영역에 불과한 ‘내부 거래’를 나쁜 거래로 규정하는 것이어서 가치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내부 거래든, 외부 거래든 해당 거래가 ‘정상적인 시장가격’에 근거하고 있는 한 범죄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또 규제 대상이 아닌 기업이 내부거래를 한 것은 규제를 위반한 것이 아님에도 ‘사각지대’라고 표현한 것도 문제가 됐다. 규제 대상이 아닌 것을 ‘사각지대’라고 규정해 잘못된 것처럼 포장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사익편취’, ‘사각지대’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앞으로도 기업이 지주회사가 가지는 장점을 활용하기 위해 지주회사 조직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은 유지하되, 총수일가의 과도한 지배력 확대는 방지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공정위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지분율이 높아진 것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일관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주회사의 경우 그동안 ‘금지→부활→장려→규제’라는 혼란이 지속돼 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주회사를 재벌개혁의 도구라며 장려하다가, 다시금 ‘재벌특혜’라는 논조로 비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이 움직이도록 하려면 유인체계가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유인을 특혜로 보는 식의 시각으로 정부 정책을 시행하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결과는 뻔하다”고 비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대다수의 대기업이 정부의 요구에 따라 지주회사로 전환을 했다”며 “그로 인해 총수 지분이 높아졌으니 문제라는 식의 발언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배력 확대 개선을 어떤 식으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문제 삼아 공정위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선 안 된다”고 꼬집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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