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대한민국에서 ‘미투(me too) 운동’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음지에 있던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사례가 피해자 본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또 반향을 일으키자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다만 여권(女權) 신장에 목적을 둔 페미니즘이 ‘역차별’을 발생시킨다는 일각의 주장도 제기되면서 성별 대립의 양상도 나타났다. 이에 미디어펜은 ‘아름다운 동행’ 연재를 통해 진정한 페미니즘의 발현을 위한 방법을 찾아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페미니즘④]“젠더 해방, 남녀 모두에게 이로운 것”

[미디어펜=김동준 기자]“여성은 기본적으로 조숙해야 해” “남성은 씩씩하고 다부져야 해”

최근 페미니즘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이 같은 구시대적 인식도 사라져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젠더(Gender)’라는 개념이 널리 퍼지지 못한 탓에 아직도 변해야 할 곳이 많다고 여성계는 입을 모은다.

‘젠더’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성(Sex)의 개념과는 맥을 달리한다. ‘사회적 성’을 지칭하는 젠더는 성 역할이 사회적 특성에 맞게 구분돼야 한다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어 페미니스트들로부터 해방해야 할 존재로 여겨져 왔다. 특히 다양화된 사회에서 성 역할을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지면서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에는 더욱 힘이 실렸다.

그러나 최근 몇몇 사례에서 드러난 것처럼 고착화된 성 역할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 모양새다. 실제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2015~2016년 사이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IBK기업 등 5대 은행의 대졸 공채시 남성 채용비율은 평균 70.7%였지만, 여성 채용비율은 평균 29.3%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남성과 거의 비슷하거나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영업점에서 창구 업무를 전담하는 ‘텔러’는 대개 여성만 뽑기 때문. 또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은 역력했다. 5대 주요은행의 여성 고위직 임원(지점장급 이상) 비율은 평균 5.66%에 불과했다.

이에 여성계에서는 잘못된 젠더 인식이 성차별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소속 권박미숙 활동가는 통화에서 “500인 이상 사업장, 대기업의 경우 수십년 째 남녀 채용비율이 7대 3 정도로 고정돼 있다”고 전했다. 특정 직무에서만 여성을 채용하는 세태를 비판한 것.

이어 “(사내에서) 성장의 가능성이 열린 직무를 남성에게 배부하는 조직문화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며 “여성이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 교수도 “구시대적 성 역할론이 현대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인식부터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젠더를 해방시킨다는 것은 결국 남녀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조언했다.

   
▲ 이날 오후 종로구 한 시중은행 창구의 모습(기사 내용과 사진은 관계 없음)./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