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World Environment Day)이었다. 1972년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UN 총회에서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서구 선진국에서 그랬듯이 우리나라도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환경에 대한 규제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 환경수준은 변하지 않았을 지라도 환경기준이 강화되고 환경관련 규제가 많아짐에 따라 환경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다.
강화된 기준과 규제로 인하여 환경기준 위반 건수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환경문제가 사회적 이슈화 되는 경향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환경의 질(environmental quality)이 개선되었음에도 오히려 환경수준이 악화되었을 것이라고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구의 생태환경은 변한다. 인류가 번영하면서 환경오염이 진행된 부문이 있는 반면 환경개선이 이루어진 부문도 있다. 예를 들어, 대기환경은 경제성장 및 과학기술 발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경제성장의 초기 과정에서는 대기환경의 질이 악화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성장수준을 달성하면 오히려 대기환경은 개선될 수 있다.
정태적으로는 어느 부문의 상황이 악화된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동태적으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문제는 대표적인 시장실패 현상으로 여겨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한다. 이는 민간 생산과 소비활동에 대한 규제로 나타난다.
정부정책 입안자는 규제생산에 대한 유인이 있다. 규제가 많을수록 정부부처의 역할과 기능이 커지기 때문이다. 관료와 정치인은 민간을 대상으로 규제권한을 이용하여 지대를 추출(rent extraction)할 수 있다. 또한 정부행정조직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수요와 관계없이 그 자체의 힘으로 조직의 업무영역과 규모를 확대하려는 유인이 있다.
환경규제도 예외는 아니다. 과연 정부의 환경규제는 사회적 비용과 편익을 명확하게 반영할 수 있을까? 또한 규제당국이 환경오염을 악화시키는 정도에 따라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수직적 형평성과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모든 주체들에게 비용을 요구하는 수평적 형평성 기준을 만족시키는 규제를 시행할 수 있을까? 검증되지 않은 사전적 환경규제는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규제는 의도했던 정책효과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과거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 규제는 1998년까지 전체 차량의 2% 정도를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무공해 차로 생산하도록 규정했다. 그런데 구형 자동차가 무공해 신차로 대체됨에도 대기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 무공해 신차를 생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및 공정으로 생산비용이 상승했다. 이는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낡은 구형자동차의 대체속도를 감소시켰다. 또한 신차생산을 위한 공장가동으로 인한 대기오염배출이 증가했다. 결국 주어진 사회적 비용수준에서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지 못했다.
규제는 불완전한 수단이다. 과도한 환경규제가 국내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지나친 환경주의에 경도되거나 관련부처의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나타나서는 안 될 것이다. 환경규제의 사회적 기회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환경성과에 집착한 획일적인 규제정책은 또 다른 왜곡을 낳을 뿐이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ykim@keri.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