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동준 기자]여야의 힘겨루기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표류하고 있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속내는 제법 여유로워 보인다.

지난 16일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들은 의장 공관에서 열린 부부동반 만찬에 참석했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에 대한 별다른 접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진 주말에도 여야 간 별도의 물밑접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19일 홍영표 민주당·김성태 자유한국당·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정례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우선 조명래 환경부 장관 등 문재인 대통령이 강행한 인사를 두고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박근혜 정부 4년 6개월 동안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임명한 게 9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1년 6개월 만에 임명 강행한 것만 10명”이라고 했고, 김관영 원내대표도 청와대의 7대 인사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데 맹공을 퍼부었다.

또 야당은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고용세습 진상조사도 국회 정상화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수용하면 조사 범위나 시기 등에 있어 최대한 조율할 수 있다는 게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입장이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당장 받을 수 있는 것은 (본인의) 권한 내 있는 국정조사”라며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 야당의 공세에도 민주당은 끄떡하지 않는 모양새다. 국회선진화법(국회법 85조 3항)의 예산안 자동 부의 조항에 따라 내달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이 정부 원안대로 처리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즉, 민주당은 여야와의 협상보다는 원내 과반 확보에만 주력하면 예산안을 처리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민주당의 원내 과반 확보는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129석의 민주당을 포함해 범여권 성향의 민주평화당(14석)과 정의당(5석), 민중당(1석) 및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민주평화당에서 활동하는 3명(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등을 합치면 과반을 충족하게 된다.

이에 민주당은 오히려 야당을 향해 맞불을 놓고 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6일 논평에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국회 판 깨기가 또 시작됐다”며 “국민은 혁신성장과 양극화 해소를 지원할 일자리 예산 등을 빠르게 처리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예산안 처리에서만큼은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했다.

   
▲ 지난달 29일 국회 의장접견실에서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정례회동이 열렸다./바른미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