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다"던 회계처리, 참여연대 의혹 제기로 '분식회계' 둔갑
국내 3대 회계법인, 글로벌 회계법인 보다 참여연대 의혹이 먼저?
   
▲ 조우현 산업부 기자
[미디어펜=조우현 기자]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지난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기준 변경을 고의적 분식회계라고 판단했다. 현재 삼성바이오는 주식거래가 중지된 상태다. 3대 회계법인은 물론 금융감독원 마저 "문제없다"고 했던 회계처리가 정권이 바뀌면서 '분식회계'로 둔갑한 거다. 이 황망한 사태의 시작에는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있었다. 이 단체는 문재인 정부 탄생 이후 '실세'로 자리 잡으며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당초 삼성바이오는 나스닥 상장요건을 충족해 미국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삼일, 삼정, 안진 등 국내 3대 회계 법인에서 적법 판정을 내렸고, 글로벌 회계법인, 한국회계사협회, 금감원 모두 이를 인정했으니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한국거래소는 "제발 코스피에 상장시켜 달라"고 애걸복걸했고, 그들의 애국 마케팅에 마음이 약해진 삼성은 코스피 상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애국심의 결과는 참담했다. "문제없다"는 회계처리는 정권이 바뀌자 '고의적 분식회계'로 둔갑했고, 급기야 '상장 폐지'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한 금감원의 해명은 더 황당하다. 그들은 문재인 정부와 반기업 코드를 맞추기 위해 무리한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시민단체 등의 문제 제기에 따른 특별감리를 한 것이고, 그 결과 수조원대로 부풀려진 자회사 가치를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변명했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외경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회계전문가의 말보다 참여연대의 말이 더 신뢰가 있다는 그들의 판단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금감원의 판단에 기세가 등등해진 참여연대 등 좌익 성향의 단체들은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공고히 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다. 제일모직 합병비율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삼성바이오의 주식 가치를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들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들은 분식 회계의 출발점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있고, 연관성만 입증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2015년 5월에 결정됐고,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감사 보고서는 이보다 한참 뒤인 2016년 4월에 발행됐다. 때문에 그들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그럼에도 "이재용이 승계를 위해 분식회계를 했다"는 자극적인 가짜뉴스는 일파만파 퍼져 사실처럼 돼버렸다.

이제 와 "그때 소신대로 나스닥에 상장했어야지 왜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해서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고 물을 수도 없다. 삼성이라면 치를 떨고 미워하는 그들에게 합리적인 판단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다. 자신들의 판단이 가장 옳고 고결하다는 그들에게 전문가의 말이 무슨 수로 와 닿겠는가. 다만 앞으로가 궁금하다. 대기업이 신규 상장이나 합병, 분할을 결정할 때마다 일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로부터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걸까.

권력에 의해 경제가 희생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회계 원칙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뒤집히는 이 나라에서 어떻게 희망을 논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차피 문재인 정부를 위시한 그들의 근본은 바뀌지 않을 테니 이런 나라에서 버티는 것는 것이 상책이 아닐 수 있다. 혹여 정권이 바뀐다 한들 무엇이 얼마나 좋아지겠는가. 대한민국이 통째로 바뀌거나 삼성이 선택을 해야 한다. 아쉬운 건 대한민국이지 삼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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