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11월 A매치가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에게 어려운 산수 문제를 안겼다. 아시안컵 대표팀 엔트리에 '누구를 뺄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  

대표팀의 2018년 A매치 일정은 모두 끝났다. 벤투호는 11월 A매치 기간 호주 원정 2연전을 가졌고 호주와 1-1 무승부, 우즈베키스탄에는 4-0 대승을 거뒀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지휘한 6경기에서 3승 3무, 무패 행진의 좋은 기운을 안고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 준비에 돌입하게 됐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번 호주 원정 2연전은 단순히 좋은 결과만 얻은 것이 아니었다. 손흥민(토트넘), 기성용(뉴캐슬) 이재성(홀슈타인 킬) 등 대표팀 주축들이 빠진 가운데 후보군에 있는 다양한 선수들을 점검했는데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자신의 강점을 어필한 선수들이 많았다.

아시안컵 엔트리는 23명이다. 이번에 빠졌던 손흥민 등이 정상적으로 복귀한다고 보면 엔트리 경쟁은 매우 치열해질 전망이다. 복귀파와 신예들 가운데 눈에 띄는 선수들이 많아 벤투 감독은 포지션별로 누구를 넣을 것인지가 아니라 누구를 뺄 것인지를 놓고 고민에 빠질 것 같다.

최전방 공격수의 경우 황의조(감바 오사카)가 독보적으로 입지를 굳혔다. 호주전과 우즈베키스탄전 연속골, 소속팀에서도 최근 6경기 연속골.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다. 석현준(스타드 드 랭스)은 호주전에서 다소 실망스러웠지만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모처럼 골을 터뜨리며 경쟁력을 잃지 않았다.

2선 공격진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에이스 손흥민을 비롯해 이재성, 황희찬(함부르크) 등 유럽파들은 이변이 없는 한 고정이다. 여기에 6개월 만에 대표 복귀한 이청용(보훔)이 예전 기량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고, 폭발적인 스피드에 우즈베키스탄전 'UFO골'까지 터뜨린 문선민(인천)도 존재감을 뽐냈다.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된 나상호(광주)도 많은 활동량과 파이팅을 보이며 좋은 평가를 이끌어냈다. 이진현(포항)도 잠재 후보라 소속팀에서 부진한 이승우(헬라스 베로나)가 낄 자리가 없어 보인다. 남태희가 우즈베키스탄전에서 무릎 부상을 당해 아시안컵 출전이 불발된 것이 아쉽지만, 부상에서 회복해 훈련을 시작한 권창훈(디종)도 복귀를 서두르고 있어 좋은 자원들이 차고 넘친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중앙 미드필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좋은 호흡을 보였던 기성용과 정우영(알사드)이 가장 유력한 주전 후보인 것은 사실이고 주세종(아산)이라는 든든한 백업도 있다. 그런데 급성장한 황인범(대전)이 어느새 주전을 넘보는 위치로 올라섰다. 호주전에서 부상을 당해 독일로 먼저 돌아간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설 자리가 확 줄어들었다.

걱정이 많았던 수비진도 틀이 갖춰지면서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졌다. 중앙 수비수로는 김영권(광저우 헝다)과 김민재(전북)가 든든해 영구실격 당한 장현수(FC도쿄)의 빈자리가 커보이지 않는다. 정승현(가시마)이 우즈베키스탄전에 선발 출전해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줬고 권경원(톈진), 박지수(경남)도 후보군이다. 왼쪽 풀백은 박주호(울산)와 홍철(수원)이 경쟁구도를 보인 가운데 부상 회복한 김진수(전북)도 있다. 이용(전북)이 주전을 굳힌 오른쪽 풀백 자리에는 부상으로 호주 원정 직전 낙마한 김문환(부산)이 대체 자원이다.
  
골키퍼는 김승규(빗셀 고베)와 조현우(대구)가 주전 자리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벤투 감독은 12월 중순 국내파 위주의 대표팀 조기 소집을 대한축구협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을 통해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 확정을 위한 마지막 옥석 가리기를 하겠다는 계획인데, 고난이도 '빼기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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