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저평가 '완화' ... "지정 '실효성' 크지 않을 듯"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이제 시장의 관심사는 미국이 중국(한국도 포함)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지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후보 시절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와 환율조작국 지정을 공약했었다. 취임 이후엔 주요 공약들을 꾸준하게 이행 중이다.
현재 행정부와 백악관은 통상문제에 대한 '매파'들로 채워져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 윌버 로스 상무장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위원장 등이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정 요건은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 외환시장 개입 GDP의 2% 이상인데, 현재 중국은 첫번째 요건만 충족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지정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므누신 장관의 말처럼 '교역촉진법' 요건 완화를 통해 가능하다. 또 '종합무역법'(슈퍼 301조)를 활용할 수도 있다. '사문화'에 가까운 법이지만, 트럼프는 지난 3월 이 법을 활용,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강행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는 전적으로 '미국의 이해'에 달렸다.
미국 정가와 여론은 위안화가 '적정 환율'보다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많지만, 실제는 다를 수 있다.
위안화 명목 및 실질실효환율은 지난 2010년 이후 계속 올랐다. 실질실효환율을 보면, 중국의 수출 가격경쟁력은 많이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를 근거로 위안화 저평가 주장을 '철회'했다.
중국은 2005년 7월 기존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도입, 위안화 평가절상에 나섰다.
실제로 이 때부터 2008년 말까지 미 달러화 대비 17.3% 평가절상됐고, 2014년까지는 27.0%까지 상승했다. 위안화 저평가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이에 IMF는 올해 7월 내놓은 환율보고서에서 위안화가 중.장기 적정 환율보다 3% '평가절차'돼 있다고 밝혔다. 과거 '두 자릿수' 저평가라고 밝혀왔으나, 2016년부터 거시경제 상황을 '잘 반영 중'이라고 언급했다.
이렇게 위안화 저평가는 '객관적'으로 심하지 않지만, 무역전쟁과 얽혀있어 미국이 어떻게 나올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위안화 저평가 여부보다 '자국 이해'가 더 중요하다.
환율조작국 지정 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네 가지다.
미국 기업의 해당국 투자 시 금융지원 금지, 해당국 기업의 미 연방정부 조달시장 진입 금지, IMF를 통한 평가절상 압박, 무역협정과의 연계 등이다.
우선 금융지원 금지는 '실효성'이 없다. 미국은 이미 자국 기업의 중국 투자 시 금융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 기업의 미 조달시장 진입 금지도 내용 상 '제재 효과'가 크지 않다.
미국의 연방정부 조달시장 규모는 지난해 5088억 달러인데, 국방 관련 비중이 64.7%에 달한다. 수주 상위는 록히트마틴 등 미 방산기업들이다.
미국은 첨단 군수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다. 자국 기업 발주 비율이 높고, 항공우주국(NASA) 비중도 3.3%다. 미국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분야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적대 관계'인 중국 기업에 제품을 발주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IMF 역시 과거 중국을 겨냥, 환율감독안 마련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IMF는 영향력을 미칠 수단이 별로 없다.
무역협정과의 연계 역시 미중 무역전쟁이 '숨고르기' 중이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의 실효성은 크지 않을 듯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중국은 과거 환율조작국 지정 기간(1992~1994년) 중에도 위안화를 평가절하했다"면서 "미국 입장에서 의미 있는 결과"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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