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법인 실사보고서…강력한 자구방안, 영업력 재건 필요
[미디어펜=윤광원 기자]현대상선이 정부의 6조원 지원이 없으면 내년부터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이 같은 내용의 현대상선 경영 실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부채는 올해 2조5490억원, 2019년 3조3207억원에서 2020년 5조2171억원으로 급증하고 2021년 6조2304억원, 2022년에는 6조66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3조262억원인 자산은 내년부터 부채 규모에 못 미쳐, 결국 자본잠식률이 100%를 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되는 것이다.

2022년까지 현대상선의 자금 부족은 최대 6조3723억원이 될 것으로 추정돼, 실사 결과만 놓고 보면 현대상선은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게 합당하다.

그러나 정부는 한진해운에 이어 현대상선까지 파산할 경우 원양 국적선사가 완전히 사라진다는 점을 우려해 지난 4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고, 경영실사를 거쳐 일단 영구채 발행을 포함한 1조원 규모의 지원을 최근 결정했다.

이를 포함해 총 6조원의 자금지원이 이뤄지면 현대상선은 국내 3대 조선사에 발주한 20척의 초대형 컨터네이너선을 활용, 10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세계 10위권 원양 선사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런 계획을 발표하면서 "장기불황과 치열한 경쟁, 환경규제 등으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해운업과 조선업을 함께 살리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양진흥공사(이하 해진공)와 산은을 통해 현대상선에 세금을 투입하고, 이 돈으로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빅3 조선사'에 배를 발주하고, 이 배로 운임 단가를 낮춰 수주를 늘리면 조선업과 해운업이 함께 살아난다는 것.

정부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고 나면,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 회의를 통해 해수부와 해진공, 금융위원회와 산은의 의견을 토대로 현대상선 정상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실현되려면 자금 투입뿐 아니라 현대상선의 영업력 확보와 강력한 자구방안, 도덕적 해이 방지, 바닥에 떨어진 해외 영업력 재건 등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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