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남자친구'가 첫 방송됐다. 나란히 2년만에 드라마 복귀한 송혜교, 박보검 두 톱스타를 전면에 내세워 일찌감치 화제몰이를 하며 주목 받았던 작품이다. 그런데, 시청률 면에서 성공적인 출발을 했음에도 걱정이 앞선다. 과도한 '우연' 때문이다.

28일 tvN 새 수목드라마 '남자친구'가 첫 선을 보였다. 이날 1회 방송에서는 송혜교가 어떤 인물인지, 앞으로 남자친구가 될 예정인 박보검을 어떻게 만나는지가 그려졌다.

유력 정치가의 딸이자 이혼한 재벌가 며느리 출신의 동화호텔 대표 차수현(송혜교)은 사업차 쿠바를 방문한다. 현지에서 '우연'한 사고로 배낭여행을 온 청년 김진혁(박보검)을 만난다. 

   
▲ 사진=tvN '남자친구' 홈페이지


이후 차수현은 수행비서 없이 홀로 석양을 구경하러 갔다가 소매치기를 당해 곤경에 처하고, '우연'히 같은 곳을 방문한 김진혁을 다시 만나 도움을 받는다. 김진혁은 차수현이 졸 때(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다) 어깨를 내주고, 떨어트린 신발을 주워주고, 소매치기로 빈손이 된 차수현을 위해 신발과 밥도 사주고, 함께 살사 공연장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차수현은 신세진 것을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김진혁은 다음날 아침 식사 얻어먹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다시 만날 약속을 한다. 차수현이 사업 문제로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했고, 마침 이날은 둘 다 귀국길에 오르는 날이었다. 공항에서 둘은 '우연'히 다시 만난다.

한국에 도착한 김진혁에게 동화호텔로부터 입사 지원에 합격했다는 전화가 걸려온다. '우연'히도 바로 차수현이 대표로 있는 동화호텔에 김진혁이 입사하게 된 것이다.

송혜교와 박보검을 엮느라 처음부터 우연을 너무 남발했다. 실제로 12살 나이 차가 나고, 극 중에서도 나이(송혜교는 30대 중반, 박보검은 20대 후반 나이로 설정된 듯하다)와 신분(사장과 신입사원) 차이가 있는 두 사람을 어떻게든 가까워지게 하려는 의도가 과도한 우연에 기대는 것 같아 아쉬웠다.

시청자들의 시선 붙들기에는 성공했다. 이국적인 쿠바의 풍광을 배경으로 비주얼 면에서 톱클래스인 송혜교와 박보검이 만났다. 개인적인 아픔을 안고 있지만 귀한 가문의 명망있는 위치에 있는 사업가, 자유분방해 보이고 해맑은 미소가 쿠바의 석양도 녹이는 준수한 청년. 이제 한 회사에서 생활하게 될 터이니 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이날 '남자친구' 시청률은 8.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나 나왔다. 지상파 포함 동시간대 시청률 1위이자 tvN 드라마 가운데는 '미스터 션샤인'의 8.9%에 이은 역대 첫방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시청률이었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순항하기 위해서는 드라마의 힘, 즉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호흡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 회부터 너무 우연을 남발하며 끼어맞추기 식 전개가 이어졌다. 

작가(또는 감독)가 이런 우연 남발이 스스로도 납득하기 힘들었던지 에필로그를 덧붙였다. 사고가 나는 장면에서, 왜 하필 박보검이 노천 카페의 찻길 옆 자리에 앉아 송혜교가 탄 차에 피해를 입게 됐는지 설명이 나온다. 박보검이 처음 자리 잡았던 테이블은 단골 고객의 것이어서 카페 측이 양해를 구해 박보검이 자리를 옮겼던 것이다. 마치 두 사람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운명적인 만남을 하게 된 것처럼 포장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올해, 연상연하 커플이 등장해 화제가 됐던 드라마가 또 있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 손예진과 정해인 커플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유를 되짚어보자.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 발전에는 개연성이 있었다. 정해인은 손예진의 남동생의 친구로 잘 알던 사이였다. 한동안 못보다 다시 만났을 때 서로가 동생친구와 친구누나가 아닌 남녀로 다가온 설정은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일과 인간관계 등 현실적인 고민들을 함께 나누며 사랑을 키워가는 과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온갖 우연이 동원돼 만난 송혜교와 박보검은 같은 회사의 사장과 신입사원으로 마주치면서 뭔가 사건을 만들어갈 것이다. 제발 앞으로는 이 연상연하 비주얼 커플이 우연에 기대지 않고 공감 100% 이야기를 통해 박보검이 송혜교의 사랑스런 '남자친구'가 되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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