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 일반대 185곳의 기숙사 수용률 평균 21.5% 그쳐
기숙사 부족도 문제지만, 높은 가격도 해결해야 할 숙제
대학생들의 주거난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교내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 학교 인근 원룸 등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임대 사업자들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부는 제대로 된 기숙사 확충 계획조차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디어펜은 취업난에 주거난까지…이중고에 시달리는 대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들여다보고 이들의 주거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리즈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아름다운 동행-캠퍼스 떠난 청년들①]턱없이 부족한 기숙사, 학교를 떠나는 대학생

[미디어펜=홍샛별·유진의 기자] #서울 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A씨는 왕복 4시간이 넘는 통학거리 때문에 지난 3학기 내내 기숙사 입소를 신청했다. 하지만 학점, 집과의 거리 등을 고려해 입소자를 선정하는 규정 탓에 본가가 경기도에 있는 A씨는 번번이 기숙사 배정에서 떨어졌다. 어쩔 수 없이 학교 앞에 자취방을 구했다. 보증금은 부모님께서 마련해 주신 돈으로 해결했지만, 매달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2개 이상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 

넘치는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기숙사 때문에 대학생들이 캠퍼스 밖으로 내몰리고 있다. 정부가 주거 취약 계층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쏟아내지만, 대학생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온전하게 누리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서울의 한 대학 기숙사 전경.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사진=미디어펜


교육부가 지난 10월 31일 4년제 일반대 185곳의 기숙사 수용률을 조사한 결과, 이들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은 21.5%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16년 20.0%, 지난해 20.9%로 소폭 증가했지만 여전히 20% 초반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의 유명 사립대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일 교육부 대학정보공시시스템 대학알리미를 분석한 결과, 2017년 기준 수도권 대학(본교) 기숙사 수용률이 가장 높은 학교는 연세대학교(35.4%)였다. 이어 성균관대학교(22.3%)와 이화여자대학교(22%)가 20% 초반대로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경희대학교(19.3%), 건국대학교(18.5%), 한국외국어대학교(15.7%), 한양대학교(12.5%) 등은 전국 평균 수용률을 밑돌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재인 정부는 기숙사 확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고, 공공기숙사를 지어 2020년께 대학생 5만여 명을 수용할 것이라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지난해 2월에는 최초 대학생 특화단지인 ‘행복주택 가좌지구’가 집들이에 나섰다.

가좌역 역세권에 위치한 가좌지구는 서울월드컵경기장, 신촌, 홍대거리 등으로의 접근이 쉬워 대학생뿐 아니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었다. 

행복주택 가좌지구는 단지 전체 362가구 가운데 61%인 222가구를 대학생에 공급했다. 월세 역시 전용면적 16㎡가 7만원(보증금 3400만원)부터 18만원(보증금 500만원)까지로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222가구 모집에는 4072명이 몰려 18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이 여전히 부족한 상황임을 실감케 했다. 

정부는 향후에도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기숙사 확충 등으로 대학생 주거난을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천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학교 인근 임대업자들의 생계 위협 등의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른 탓이다. 

실제 지난 10월 대전에 있는 A대학교가 기숙사 확충문제로 인근주민들과 마찰을 겪은 바 있다. 학교 근방에 원룸 등을 보유한 임대업자들이 기숙사 확충을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해당 학교는 기숙사 수용인원을 약 300명 정도 줄이기로 결정했다. 

서울 B대학 교수는 “기숙사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하지만 임대업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쉽게 해결 될 문제는 아닐 것 같다”며 “정부가 나서서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대학생들의 주거 난은 결국 곪아 터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숙사 수용인원을 우여곡절 끝에 늘린다고 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는 또 있다. 바로 높은 기숙사 비용이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별 한 달 기숙사 비용은 2인실(23㎡) 기준 △고려대 38만3000원 △건국대 38만2000원 △중앙대 34만2000원 △홍익대 33만9000원 △동국대 33만8000원 △숭실대 33만원 △경기대 33만원 △한국외대 32만3000원 △가톨릭대 32만3000원 △한림대 30만9000원 수준이었다. 

학교 근방에서 자취생활을 한다는 서울 C대학 4학년생 임모 군은 “기숙사비가 2인실 기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근처 원룸보다 결코 싸지는 않은 편”이라면서 “비용이 딱히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학교 밖 원룸 등에 비해 보증금 명목으로 목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은 있다”고 말했다. 

임 군은 이어 “기숙사를 충분히 확보하고 가격 역시 조금 더 낮춰야 대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펜=홍샛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