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윤광원 기자] 여야의 '정쟁'이 계속되면서 예산안 통과의 '법정시한'이 또 무시됐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헌법을 '휴지조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높다.
내년 예산안의 국회 의결 법정시한은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사안이다. 헌법 제54조 제2항에는 정부는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국회는 이 예산안을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정부 예산안을 12월 2일까지 의결해야 하는 게 '헌법상 의무'다.
그러나 국회는 항상 이 헌법조항을 '개무시'해 왔다.
지난 2000년부터 2011년까지 다음 연도 예산안이 이 시한 이내에 처리된 경우는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입법기관인 국회가 헌법을 어긴다는 비판이 제기됐고, 이에 따라 2012년 국회법 개정으로 '예산안 및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의 본회의 자동부의제'가 도입됐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불리는 이 국회법 개정안 통과로, 예산안은 국회 상임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 경과와 무관하게 12월 1일이 되면 본회의에 '자동부의'되도록 법규가 바뀌었다.
올해는 12월 1일이 주말인 관계로 문희상 국회의장은 월요일인 지난 3일 정부 예산안을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했다.
그러나 결과는 '역시나'였다. 예산안을 심의해야 할 본회의 조차 열리지 못했다.
자동부의제는 예산안의 본회의 부의까지만 보장할 뿐, '의결'을 담보하진 못한다. 집권당이 원내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 못 하는 한, 역시 이 역시 휴지조각일 뿐이다.
예산안 심사와 다른 쟁점법안의 처리를 '연계'시키는 고질적인 '관행' 때문이다.
금년에는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논란이 됐다.
현재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예산안 처리를 연계시키며, 일체의 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농성중이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또 전혀 다르다.
여야 3당의 예산안 심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예산안에 대한 각 당의 '입장차'도 커서 언제 통과될 지 '기약도 없는' 실정이다.
과거 종종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연말연시 '꼭두새벽'에 '날림'으로 통과될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 예산안 의결 없이 새해를 시작하면, '정부 셧다운'(확정 예산 없이 정부살림이 시작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야야는 이제 그만 정신을 차리고, 국민의 대표라는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기를 간곡하게, 하지만 준엄하게 요구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예산안 심사를 다른 쟁접법안과 연계시키는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반복되는 예산안 처리 지연이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에 일조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법정기한의 준수는 국회에 대한 '신뢰회복'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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