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인정하고 유치원의 퇴로 열어야…운영상 자율성 보장이 관건
   
▲ 정치사회부 김규태 기자
[미디어펜=김규태 기자]국회가 1박2일 본회의를 연 끝에 8일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정기국회가 막을 내렸지만 본회의 전까지 여야의 주요 논의사항 중 하나였던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처리는 무산됐다.

민주당이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의 교비회계를 하나의 국가회계로 일원화해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고, 교비를 교육목적 외에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 조항을 넣는 것에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소관위인 국회 교육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를 통해 핵심쟁점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자 애썼지만 자체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여야는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인정 여부와 유치원의 퇴로를 막을 가능성을 핵심쟁점으로 놓고 충돌했다.

소위 '유치원 비리 근절' 프레임을 계속 주장하고 있는 민주당은 "사유재산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교육목적 교비의 사적 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회계투명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한국당은 "사유재산으로 되어있는 사립유치원을 정부가 매입하거나 임대하지도 않으면서 사립학교와 동일하게 제한하려 한다. 회계투명성 강화에 동의하지만 대법원에서 판시하고 있는 운영상의 자율성을 어떻게 보장하냐가 관건"이라고 반박했다.

전국 사립유치원들을 대표하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이번 입법 논란에 대해 '비상대책위원회 협상단'을 출범시키고 대화하자고 나섰지만, 교육부는 대화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한유총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육부는 한유총을 사립유치원을 대표하는 사단법인으로 간주하지 않아 협상 상대로 여기지 않는 것은 물론, 어떠한 협상조차 공식적으로 제시한 바 없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한유총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교육청은 한유총에 대해 '설립 취소'를 검토하기로 하는 등 사실상 확전에 들어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6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한유총의 행위 등이 민법 제38조에 명시된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허가 취소 요건에 해당하는지 확인할 것"이라며 "이덕선 비상대책위원장의 이사장 직무대행 자격에 대한 적정 여부도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이를 위해 감사관·변호사·공인회계사를 포함한 실태조사반을 꾸려 다음주 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한유총이 실태조사를 거부할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국 유치원 원생 중 75%가 다니는 사립유치원측은 교지 및 교사 설립에 투입된 원금과 이자만큼의 수익보전을 통해 신용불량자나 파산만큼은 벗어나도록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자발적 폐쇄가 점차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향후 사립유치원별로 교육 경쟁력 확보 여부와 정부정책에 대한 의사결정에 따라 이합집산해 각자도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 의장(오른쪽 세번째)이 10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를 마치고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조승래 교육위 간사, 김태년 정책위의장,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춘란 교육부 차관./연합뉴스

교육부와 교육청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비리 의혹을 제기한 후 지속적으로 '유치원 비리 근절' 프레임을 유지하고 있다.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 전체를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듯' 압박하고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은 안타까워 보일 정도다.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개인사업자인 사립유치원에게 변화와 퇴로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앞서 유치원 촉진정책은 1980년대 전두환 정부에서 시작됐다.

당시 유치원 시설 확대를 원했지만 재원이 없어 엄두를 내지 못하던 정부는 민간을 끌어들여 개인이 자발적으로 유치원을 건립하고 투자해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적 편의를 제공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치원 교육은 헌법상 규정한 의무교육에 포함되어 있지 않아 공교육이 아니고, 놀이학교 등 유아 사교육기관을 비롯해 어린이집·유치원 등 만 3~5세가 다닐 수 있는 형태도 다양해 학부모 선택에 달려있다.

사립유치원은 지난 수십년간 설립자의 사적재원으로 운영되어 왔다. 2012년 누리과정이 도입되면서 정부 지원금이 혼재됐지만 사립학교법상 교비회계와 동일하게 볼 수 없기 때문에 교비를 사적으로 사용하더라도 이에 대해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어렵다.

사립유치원의 재무회계 특수성을 잘 모르는 사람 입장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는 민간 재산권에 관한 다른 시각에서 비롯된 결과다. 사립유치원의 교사와 교지로 사용하는 건물과 토지는 헌법상 설립자 개인의 사유재산에 속한다.

정기국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12월 임시국회를 다시 열어 입법을 논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나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은 임시국회 개의 가능성을 합의한 바 없다.

임시국회가 열리더라도 핵심쟁점을 놓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유치원 3법' 처리는 계속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