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조우현 산업부 기자 |
[미디어펜=조우현 기자]지난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 영리법인 기업체 행정통계’를 두고 부정적인 해석이 분분하다. 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0.3%의 대기업이 전체 영업이익의 61%를 차지해 경제력 집중이 심화됐고,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결국 모든 문제가 대기업 독식구조에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통계청이 법인세 납부대상인 영리법인을 대상으로 법인세·부가세·사업자등록·사회보험 등 행정자료를 활용해 집계했다. 법인세, 부가세를 얼마나 냈는지 조사한 뒤 영업익 등을 유추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때문에 세금을 많이 낸 기업일수록 영업이익이 높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대기업이 세금을 많이 내는 부분에 대해선 언급이 없는 걸까.
경제력 집중, 양극화, 격차는 늘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고질병으로 분류된다.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러지 못했기에 양극화를 줄이겠다고 의지를 다지는 정치인일수록 인기가 높다. 정치 뿐 아니라 정부 역시 이를 해결하는 것이 큰 과제인 양 정책을 펼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상생, 동반성장, 협력 같은 아름다운 단어들이다.
하지만 단어가 아름답다고 해서 결과까지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는 사회주의 이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상생, 동반성장, 협력 같은 말도 자음, 모음만 다를 뿐 사회주의의 그것과 본질은 비슷하다. 노력의 결과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고, 뒤쳐진 사람들과 나눠야 한다는 강박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양극화가 적었던 시절이 존재했다. 전쟁의 폐허로 아무 것도 없던 시절, 대다수의 국민들은 절대적으로 가난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면서 빈곤층의 수가 줄었고, 중산층이 많아졌다. 물론 잘살던 사람들은 더욱 잘살게 됐다. 이로 인해 생긴 격차는 경제가 발전하면 당연히 수반되는 결과다. 중요한 건 빈곤층의 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거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격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와 달리 세금 집중, 세금 양극화, 세금 격차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알더라도 부자들이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때문에 대기업의 영업이익이 높은 것에 대해서는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나쁜 것처럼 몰아가지만,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지불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더욱 의아한 것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격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이 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투자 금액도, 벌어들이는 이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중소기업이고, ‘대’기업은 대기업 아니겠는가.
마찬가지로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세금을 덜 낸다고 해서 그걸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능력만큼 벌고, 능력만큼 세금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높은 영업이익을 ‘경제력 집중’이라는 둥 문제 삼을 거라면 세금 격차 역시 같은 관점에 놓고 바라봐야 형평성에 맞는다. 그것이 어렵다면 대기업의 영업이익만이라도 ‘쿨’하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