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전선 관리·선거제 개편·전당대회 등 이슈 산적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이 11일 오후 3시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사령탑을 선출한다. 비박·복당파에서는 3선의 김학용 의원이, 친박·잔류파에서는 4선의 나경원 의원이 후보로 나선 가운데 이날 선출되는 새 원내대표가 맞닥뜨릴 현안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일단 두 후보 모두 강력한 대여(對與) 전선 구축에는 뜻을 같이했다. 김 의원은 출마를 공식화 한 자리에서 ‘싸우는 진돗개’를 표방하며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저지하고, 보수의 재건과 대한민국의 희망을 만들겠다”고 했고, 나 의원도 ‘당당한 대여투쟁’을 내세우며 “전략과 논리로 무장한 대안정당으로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과 함께하는 대여투쟁을 실현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넓어진 대여전선…고용세습 국정조사·법관 탄핵 등

우선 새 원내대표에게 있어 전임 김성태 원내대표가 관철시킨 고용세습 국정조사 국면을 잘 이끌어 가는 게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서울시 산하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논란으로 촉발된 이번 국정조사는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정조사의 칼끝이 사실상 잠재적 대권주자인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제대로 된 성과만 낸다면 차기 대권 구도를 바꿀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인 노동 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도 역행하는 흐름 속에서 대여 공세 수위를 높일 좋은 기회라는 해석도 뒤따른다.

아울러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입장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미 민주당은 법관 탄핵소추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실무작업을 마치고 조만간 대상자 선정 기준과 명단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주광덕 의원을 비롯한 일부가 민주당이 선점해 온 특별재판부나 전국법관대표회의 입장표명 등 이슈에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앞선 ‘김성태 원내지도부’의 관심사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려 하는 상황에서 원내지도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3당, 선거제 개편 요구…국회 정상화 화두로

새 원내대표는 단순히 민주당만이 아니라 같은 야권에 있는 군소 정당의 목소리도 주목해야 한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을 요구하며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있어서다.

물론 야3당은 ‘연동형’으로의 선거제 개편은 정부와 여당의 핵심 공약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제1야당인 한국당의 부담은 비교적 덜한 양상이지만, 한국당이 고수하는 ‘도농복합제’로의 개편 역시도 사실상 불투명해 책임론을 완전히 면하기는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되레 한국당이 실현 가능한 수준의 선거제 개편안을 현재 가동 중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제시할 경우 야3당과의 적극적인 공조의 물꼬를 틀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전당대회 ‘룰메이커’ 역할론

또한 새 원내대표는 내년 전당대회를 통한 당권 창출의 ‘룰메이커’ 역할도 맡게 된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비박·복당파와 친박·잔류파 ‘세 대결’ 구도로 보이는 것도 이 때문.

한국당의 당헌·당규에 따르면 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아래에서의 원내대표는 당연직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게 돼 있다. 즉, 본인이 속한 계파에 유리한 당대표 후보에게 유리한 전당대회 룰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투명하지 못한 의사결정이 이뤄질 경우 지금은 다소 잠잠한 계파 갈등 국면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 지난 10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