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이 무산되는 분위기 속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의 ‘2인자’로 불리는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관료 3명을 미국의 독자제재 명단에 새롭게 올렸다.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오지 않는다는 것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북한이 더 이상 내놓을 게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대북정책을 주문하는 미 의회의 요구에 따라 추가 제재를 내놓은 것이다.

제재 대상은 최룡해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이다. 미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이같은 사실을 발표하며, “북한 정권의 인민 통제와 검열 등 인권유린”을 이유로 들었다.

여기에 최근 미 정부 고위관료들이 홍콩을 찾아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지난 5~7일까지 미 국무부‧상무부 관계자들이 홍콩 당국 관계자들과 비공개 회담을 비공개 회담을 갖고 “대북 제재를 소홀히 하지 말라”고 촉구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지난 1일 아르헨티나에서 만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올해 안에 서울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에 물리적으로 무리가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11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연내 불씨를 살려두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북한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것은 제재 완화 등 경제적인 이득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핵화 진전에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진행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장 남북 경협도 유엔 안보리 제재에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정상외교 차원에서 제재 완화를 언급했으나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데북제재 유지에 동의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당장 서울 답방으로 비핵화 진전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내년 초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즉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흐름을 맡기기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또다시 빅딜을 준비하는 쪽으로 기운 것이다.

소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계기로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고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거나 실질적인 남북철도 연결 착공식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을 반영하듯 현재 북한은 남한의 답방 요청에 대해서나 미국의 비핵화 협상 모두에 일절 대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위원장의 답방 통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안 오네요”라며 ‘북측에 전화를 해봤나’라는 기자 질문에 “북쪽과 전화가 되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을 텐데요?”라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북한이 미국의 전화도 안 받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10일 아태정책연구원이 주최한 외교통상정책연구포럼 기조강연과 사전 배포된 강연문에서 “최선희나 김영철에게 10번, 20번 넘게 전화를 했지만 평양으로부터 답이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무산되면 비핵화를 놓고 지루한 줄다리기가 다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평양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참관을 전격 제시하면서 북미 대화를 이어갈지, 아니면 중국‧러시아를 비롯한 동맹국들 뒤에 숨어 미국과 힘겨루기를 이어갈지 앞으로 선택할 진로가 주목된다.  

   
▲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사랑채 부근에 지난 7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 설치돼 눈길을 끌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