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세 과시 양상 뚜렷해질 듯…대안정당으로 정체성 탈바꿈
[미디어펜=김동준 기자] 자유한국당의 새 원내사령탑으로 나경원 의원이 선출됐다. 이에 앞선 ‘김성태 원내지도부’와는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일 거라는 관측이 자연스레 나온다.

신임 나 원내대표 취임으로 한국당이 달라질 부분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나 원내대표가 친박·잔류파의 지원사격을 받아 당선된 만큼 친박계의 세 과시 양상이 더욱 두드러질 거라는 점이다. 정작 나 원내대표 본인은 ‘중립’을 표방하지만, 전날 투표 결과가 68대35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 데에는 친박계의 지지세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지난 1년간 당권을 쥐고 있던 비박·복당파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것.

강성 친박으로 통하는 홍문종 의원은 12일 t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탈당파가 워낙 잘못했기 때문에 나 원내대표로 이번에 (투표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당을 지켰던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많다. 이에 대한 확실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나 원내대표는 당선 전부터 줄곧 보수통합 대상으로 ‘태극기 부대’까지도 수용할 수 있음을 언급하는 등 친박계가 주장해온 바와 궤를 같이 해왔다.

이에 나 원내대표는 당내 친박계를 아우르는 물밑 행보에 집중할 전망이다. 다만 친박계로부터의 지지세를 업고 당선됐다는 상징성은 바른미래당에 있는 구 바른정당계 의원들과의 통합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해석을 낳는다. 나 원내대표가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과의 ‘당대당 통합’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나 원내대표의 ‘대안정당’이라는 지향점도 김 전 원내대표가 이끌었던 한국당과는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점이다.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김성태 전 원내대표의 경우 한국당의 야성을 찾겠다는 목표로 강력한 대여(對與) 공세를 펼쳐왔다. 이를 두고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는 호평도 있지만, 일각에서 제기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비판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나 원내대표는 ‘싸우는 방법’의 변화를 시사했다. 특히 정책조정위원회를 부활시켜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책 정당으로의 변모를 꾀하는 모양새다. 나 원내대표는 전날 정견발표에서 “정책위의장 혼자 결정하는 정책위가 아니라 정조위 체계를 복원하고 상임위원회 간사단 회의 활성화 등을 통해 당의 입장과 협상방향을 공유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나 원내대표가 지닌 ‘대중 인지도’ 역시 한국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데 ‘한 몫’ 할 거라는 평가다. 당장 내후년까지 닥쳐온 총선을 대비하기 위해선 인지도 있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게 한국당 일각의 공통된 컨센서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좋든 나쁘든 일단 나경원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건 사실이지 않나”라며 “나 원내대표를 둘러싼 악평도 많지만, 새로운 원내지도부를 이끌며 당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내후년 총선 결과도 달라질 수 있다”고 평했다.

   
▲ 자유한국당은 지난 11일 의원총회를 열고 신임 원내대표에 나경원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정용기 의원을 선출했다./자유한국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