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자유한국당이 보수 우파 정당 재건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좌고우면하면서 엉거주춤한 모습만을 보이던 한국당이 모처럼 칼을 뺐다. 억울한 사람도 있겠고 안타까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고육지책이었겠지만 읍참마속은 지금 한국당으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한국당은 지난 15일 공천 배제 대상 2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현역 의원 112명 중 21명의 당협위원장직을 박탈하는 대규모 인적쇄신을 단행했다. 현역의원 18,8%가 물갈이 됐다. 당초보다 후퇴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지만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당협위원장도 253명 중 79명을 교체하기로 했다.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이다. 나경원 원내대표 선출 4일만이다. 나경원 원내대표로서는 부담스럽기도 하겠다. 더욱이 일부 반발하는 교체 대상자들의 불만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크게 보면 자승자박이고 사필귀정이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인적쇄신 명단 관련 "당내 계파 눈치를 보다가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보여주기식' 쇄신을 하면 한국당은 영영 재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단호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과감한 인적 쇄신'의 불가피성이 읽힌다.   

   
▲ 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공천 배제 대상 21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한국당은 전문성과 강력한 견제, 비판 능력으로 현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야 한다. 새로운 보수의 빅텐트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외면한 국민의 눈과 귀를 되돌릴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란 결국 '사람'이 한다. '사람'을 바꾸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쇄신이란 불가능하다. 따지고 보면 오늘의 사태는 헐뜯고 찢어지고 자기 정치에 빠져 부른 화근이다. 그래서 이번 인적쇄신은 마지막이 아니라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돼야 한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병준호 인적청산 범위가 상상보다 큼에 놀랐다"고 했다. 이어 박 의원은 "보다 일찍 단안을 내렸다면 임팩트가 더 강했으리라 여겨진다"고 적었다. 올바른 지적이다. 한국당의 인적쇄신은 만시지탄이지만 더 늦지 않은 것으로 '희망'을 찾아야 한다. 

우려스러운 점도 있다. 물갈이 대상자들의 반발이다. 하지만 반성이 먼저여야 한다. 조강특위는 2016년 총선 공천 파동, 탄핵, 분당 사태, 지방선거 참패 등에 대한 책임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이라는 호가를 누려온 지역도 많다. 이런  강세 지역에서 다선하며 안주해온 의원들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고 한다. 현 정치판에서 이를 부정하며, 여기서 자유로운 사람은 과연 누가 있을까? 

한국당의 쇄신은 지금부터다. 따라서 이번 명단에서 빠졌다고 결코 '정치적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자유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에 눈 먼 사이비 보수론자는 철저히 가려져야 한다. 강남 좌파나 웰빙정치인은 철저히 도려내야 한다.

현재의 보수 궤멸 책임에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도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특정인에게 마녀사냥식으로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된다. 보수 '대통합'의 본질을 '대분열'의 불씨로 삼아서는 안된다. 현 보수궤멸의 책임에서 자신만의 '자유'를 부르짖을 자격은 누구도 없다.   

한국당 비대위는 이번 인적 쇄신에 이어 하루 빨리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룰, 예측가능한 평가시스템을 만들어 내야 한다. 모든 선거의 승패는 '공천의 승패'에 의해 좌우된다. 친분과 계파에 따라 뒤엉퀴는 공천장사로는 결코 승리를 이뤄낼 수 없다.  

한국당은 보수의 가치에 헌신해 온 새 인물들을 적극 수혈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능력 있는 인재들을 삼고초려 해 모셔야 한다. 전문성과 강력한 견제, 비판 능력으로 현 정권의 폭주를 막아내야 한다. 새로운 보수의 빅텐트를 이뤄야 한다. 그래야만 외면한 국민의 눈과 귀를 되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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