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귀를 틀어막고 싶지만, 그런다고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평양 원정 출산 기록 보유자인 황선(전 민노당 부대변인)이 최근 북한 김정은을 세종·이순신에 비유해 찬양했다. 그의 활동은 "나랏님 중에 김정은이 최고"라던 백두칭송위원회의 활동과 연계돼 있다. 며칠 전 국가기간방송이라는 KBS의 김정은 찬양도 가관이었다. 이제 종북병(病)은 몇몇 운동권 출신만이 아니고 사회 전체에 암덩어리로 자리 잡았다. 구조적인 종북병을 진단하는 칼럼 '종북에 귀신들린 한국, 한국사회'를 상하 두 차례로 내보낸다. [편집자 주]
[연속 칼럼] 종북에 귀신들린 한국, 한국사회-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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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언론인 |
지난 2014년 종북 콘서트로 악명 높은 황선이란 여성은 황당함을 넘어 엽기적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과 패키지로 설정한 그의 최근 발언은 이전과 또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통일을 위한 두 분(문재인-김정은)의 행보는 과연 위인의 행보로 남을 것인가? 위대한 시대 역사적 순간을 살고 있어 놀랍다." 그는 1998년 한총련 대표로 정부 승인 없이 방북한 이래 종북 행각을 이어가니 벌써 20년이 다 된 확신범이다. 그런 그를 표적 삼아 비판하긴 쉽지만, 염두에 둘 게 있다. 종북병(病)은 몇몇 운동권에 국한된 정치적 질병이었는데, 최근 몇 년 한국 사회에 암덩어리로 퍼졌다는 점이다.
황선의 경우 "나랏님 중에 김정은이 최고"라던 백두칭송위원회의 활동과 연계돼 있고, 또 며칠 전 KBS의 김정은 찬양이란 것도 우연일 리 없다. 김정은이가 대화 파트너인가 아닌가의 차원을 떠나 느닷없이 위인 타령이니 가히 '종북 노예들의 합창'이 따로 없다. 단 이번에도 혀를 차고 개탄하는 걸로 끝내선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할 게 빤하다.
그래서 종북병-종북암이 한국사회의 뇌수를 점령했다는 인식이 절실한데, 그건 대한민국이 사실상의 핵 인질이 된 현상과 맞물려 있다. 그 결과 청와대-국회 등은 물론 교회-학계-언론계에 넓고 깊게 퍼져있다. 그걸 전에는 반미-자주-민족공조로 포장했는데, 이젠 발가벗고 덤벼든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를 기점으로 손써볼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그걸 상징하는 게 이 정부의 통일외교안보 특보인 문정인의 발언이었다. 그는 올해 초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뽑아들었다. "우리 대통령이 주한미군더러 나가라고 한다면 나가야 한다"고 대담하게 천명한 것이다. 건국 이후의 혈맹을 배제한 채 우리민족끼리 자폐(自閉)로 돌아서자는 주장이다.
황선-백두칭송위-KBS 따위가 문제가 아니라 이젠 정부 핵심 당국자의 입이 문제인 세상이다. 황선-백두칭송위를 사회로부터 격리시키고, KBS를 국민의 품으로 되찾는다 해도 상황은 여전한 셈일까? 그런 종북병 환자들의 도착적(倒錯的) 세계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에 대한 규명은 고맙게도 우파 시민사회에서 나왔다. 특히 지난 3.1절 국가회복 범국민대회 선언문이 훌륭했다. 그 문건은 공산주의 망령에 사로잡힌 친북좌파를 "박헌영과 남로당의 후예"로 규정했다. 그 직전 뱅모 박성현의 칼럼도 인상적이었는데, 그에 따르면 친북좌파는 평양을 "부추겨야 할 못난 동생"으로 여기지만 실제론 박헌영 망령에 집단 빙의된 상태다.
그건 김정은에게 먹히는 걸 자신의 존재이유로 아는 최악의 피학(被虐) 심리다. 이해되시는가? 평양 전체주의 집단을 위해 자기는 기꺼이 죽어도 좋다고 믿는 놀라운 정신질환이란 뜻이다. 종북병-종북암은 사람을 가리지 않는데, 대표적인 게 동양철학자라는 도올 김용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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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북 콘서트' 논란을 일으켰던 황선(44) 전 민주노동당 부대변인이 지난 14일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방문 기념 특별 대담:북한 지도체제에 대한 이해와 오해'에서 '김정은 찬양'과 '북한 체제 옹호' 발언을 쏟아냈다. 사진은 지난 5월 16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열린 '4·27 판문점 선언 훼손시키는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규탄' 기자회견에서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요즘 그의 옛 강연 동영상이 화제가 됐는데, 거기에서 도올은 "6.25전쟁은 남침과 북침을 따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헛소리를 반복했다. 그건 실언(失言)이 아니었다. 우연찮게 그의 옛 책<대화-김우중·김용옥 나눔>(1991년 통나무 펴냄)을 살펴보다가 정말 두 눈을 의심했다. 즉 27년 전 훨씬 이전부터 그는 친북-종북의 심리를 견고하게 내면화하고 있었다.
자신이 대학 다니던 60년대 무려 "나의 의식세계 속에 조선인민공화국은 환상적 이상향이었다."는 고백이 책에 등장한다. "나는 비록 제국주의 빚더미의 반쪽 폐허(대한민국을 일컬음)에서 살고 있지만, 조국의 반쪽(북한)이라도 깨끗하고 고결한 이상을 견지하고 소박하지만 정직하게 조국의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는 기대는 줄곧 나를 떠나지 않았다."(153쪽)
심지어 "북한이라는 조국의 순결, 그것은 나의 미래며, 나의 꿈이며 소망이었다"는 발언이 뒤이어 나온다. 당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던 대우그룹 회장과의 대화록에 뜬금없이 등장하는 '이적(利敵) 선언'은 기겁할 정도다. 그게 과연 한 헛똑똑이 지식인의 돌출 발언에 불과할까?
그렇게 보면 다시 핵심을 놓친다. 이를테면 <좌우파가 논쟁하는 대한민국사 62>(2008년 위즈덤하우스)를 쓴 김영명(한림대 교수)을 보라. 그 책에서 김영명은 항일투쟁과 건국과정의 정통성은 김일성이 더 있고, 근대화작업의 공헌은 서울 이승만-박정희가 더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세상에 이 따위 편의주의적 구분도 다 있을까? 놀랍게도 그는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을 역임했다.
종북병은 너와 나 구분이 없는데, 그러니까 통진당 이석기 석방 집회가 날로 커진다. 실은 주사파 자체가 종북에 빙의된 무리란 뜻이다. "미국놈 내고 착취 없는 조선민족의 꿈"을 외치며 빨치산 용사놀이를 했던 이석기를 석방하라고 민노총까지 가세해 시위를 벌이다니….
그게 요즘 우리의 참담한 현실인데, 이 상황에서 황선과 백두칭송위원회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은 위선적이다. 종북 바이러스에 감염된 우리의 좌파 정서 전체를 수술하지 않고선 종북병은 극복키 어렵다. 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부족은 물론이고, 저들은 북한의 핵이빨 사이로 자기 몸뚱이를 들이밀 '통 큰 기부왕', '미친 자해환자'이기 때문이다.
맞다. 북핵이 대한민국 적화용이란 명백한 진실을 거부하는 게 저들의 기이한 정신세계다. 실제로 문정인 등 종북암 환자들 대부분은 평화협정 체결론자들이다. 때문에 월남 패망을 불렀던 위장평화 공세 따위도 얼마든지 오케이다.
미군철수 뒤 연방제 통일도 받아들이고, 김정은이 한국을 삼킨 뒤 강성대국에서 '강성부국'으로 뻗어가는 것마저 용인할 태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박헌영과 남로당 후예가 아니고선 도저히 불가능한 정신세계다. 지금은 건국 이래 최대 국가위기인데, 이래도 될까? 이 나라 대한민국은 여기까지인가? 다음 칼럼에서 지난 30년 스스로 무너져온 우리 모습을 한 번 더 점검한다. /조우석 언론인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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