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와 같은 시험지 유출, 지난4년간 전국 고교 13곳서 발생…수시입시 '공정성 시비' 야기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숙명여고와 같은 시험지 유출이 지난 4년간 전국 고교 13곳에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충격을 던지고 있다.

이와 함께 수시전형의 근간이 되는 내신시험이 허술하게 관리되거나 학교생활기록부를 부풀리는 사례가 다수 밝혀져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흔들고 있다.

교육부가 17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부산 연제고와 전남 한영고 등 전국 13개 고교에서 교사(5명)·학생(6명)·교직원(2명)이 시험지를 유출해 파면·해임·퇴학·구속 등 징계를 받았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학부모 교사가 자기 자녀의 학생부를 허위로 기재해 부당하게 정정한 사례는 15건 확인됐다.

또한 학생부 멋대로 수정·수행평가 전원만점·시험 동일출제 등 내신관리에서 적발된 건수는 4051건(13%)에 달했다.

구체적으로는 문항 중복출제·시험출제 표기오류·복수정답, 명확한 기준 없이 수행평가 실시하거나 교내 상 몰아준 것, 입력 오류와 기재 잘못 등 출결내역·봉사실적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관리를 잘못한 경우, 학생부 정정절차 위반 등이 적발됐다.

두 딸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53)이 지난 10월7일 구속되면서 내신관리제도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이번 발표는 여기에 기름을 끼엊게 됐다.

적발된 사안 외에도 각 학교별로 수시합격자를 늘리기 위한 '학생부 부풀리기'가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교사의 주관적 판단 권한이 막강한 수행평가 결과에 대해 학부모들이 이의제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더군다나 지역별·학교별로 치르는 중간·기말고사의 난이도가 제각각이라 형평성에 대한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현 고2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이 모집인원 77.3%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자료사진=연합뉴스

이에 적발 사안에 대한 사후 징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위학교들을 교육당국이 행정처분할 수 있도록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지역 한 고교 교장은 "내신 관리가 비교적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던 서울 숙명여고에서도 비리가 발생한 이상 관리가 허술한 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할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학부모들 사이에서 나온다"며 "내신을 매기는 공교육 시스템이 자칫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도 크다"고 우려했다.

그는 "학교 평가관리실과 인쇄실에 CC(폐쇄회로)TV를 설치하겠다는 교육부 조치는 각 현장에서 사생활 보호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며 "수시입시를 좌우하는 내신관리에서 공정성 시비를 완전히 불식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밝혔다.

교과성적을 주요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교과전형, 비교과까지 전형요소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입 수시모집 비율은 76%에 달한다.

재수생을 포함해 전국 모든 수험생이 엄격한 관리하에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시험을 치르는 수능 위주 전형이 대부분인 대입 정시모집은 24%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과 같은 부실한 내신관리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들이 불신하는 이유는 더 있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대입에서 학생부 비중이 더 커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현 고2 학생들이 치를 2020학년도 대입에서는 전국 4년제 대학이 모집인원 77.3%를 수시모집으로 선발한다.

교육부는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닐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 도입을 비롯해 시험출제 관리절차 등 학업성적관리지침에 대한 강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았지만, 이를 통해 추락한 공교육의 신뢰가 회복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