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전직 청와대 특감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 논란의 초점은 일단 ‘문재인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여부로 모아진다. 

청와대는 “감찰 활동 중에 딸려온 ‘불순물’ 같은 정보였고, 폐기 처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1년 넘게 이어진 점에서 특감반원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청와대의 민간인에 대한 감찰 활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청와대의 말 바꾸기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수사관이 폭로한 노무현정부 인사들의 가상화폐 소유 여부 조사에 대해 김의겸 대변인이 18일 처음 “김 수사관이 독단적으로 작성한 불순물”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반부패 관련 정책보고서 작성을 위한 로데이터(raw data‧원자료)를 수집한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청와대는 이례적으로 특감반 업무 프로세스까지 상세히 설명하며 언론의 보도가 나올 때마다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지만 김 수사관과 진실공방을 이어가는 모습에서 결정적인 의혹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감반은 현직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단체의 장(長) 및 임원, 대통령 친·인척 등에 한정해 비리 관련 감찰 활동을 하게 돼 있다. 전직 공무원을 비롯한 민간인들의 재산 정보 수집과 동향 파악은 법적으로 규정된 권한 밖의 일이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과 관련해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면서 “중복 검증을 통해 쳐냈고,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라고 엄중 경고했다”며 “또 그 첩보를 불순한 의도를 갖고 활용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수사관은 “작년 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여부를 두고 국민 여론이 들끓었을 때 반부패비서관의 지시를 받고 노무현정부 인사들의 가상화폐 소유 여부를 조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또 “윗선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박 비서관의 전언도 있었다”고 폭로했다. 

김 수사관은 이 지시에 따라 고건 전 국무총리 아들 고진 씨, 변양균 전 정책실장,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 등 노무현 정부 고위 공직자나 그 가족의 가상 화폐 투자 동향 정보를 수집해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민간인 신분이었다.

청와대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 사회적 혼란이 일자 급하게 이를 보류한 바 있다. 당시 이들에 대한 정보 수집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감반의 적법한 업무 범위를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수사관과 청와대의 엇갈리는 주장은 또 있다. 

먼저 공항철도에 대한 감찰이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장이 ‘우리 감찰 대상은 아니지만’이라고 말하며 조사를 지시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으나 청와대는 “특감반장이 공항철도를 감찰 대상인 공기업으로 잘못 알고 김 수사관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 특감반장이 해당 직무 영역조차 몰랐다는 것에서 의문이 남는다.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에 대한 감찰과 관련해서도 주장이 엇갈린다. 김 수사관은 흑산도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자 찍어내기 위한 ‘표적 감찰’ 지시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쓰레기 대란에 대한 환경부 대응이 적절했는지 사실 확인을 위한 직무감찰이었다”고 반박했다.

또 청와대가 당초 김 수사관의 해임 사유로 밝혔던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은 것과 관련해서도 김 수사관은 “자신이 생산한 첩보 결과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경찰청 특수수사과를 찾았다고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청와대에 ‘상부 보고’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인인 건설업자의 사건을 알아본 것“이라고 했으며, “상부 보고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청와대는 현재 김 수사관이 저지른 다수의 비위 행위를 지적하면서 최근 언론 폭로에 대해 추가 징계와 법적 조치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왜 그동안 김 수사관의 민간인 동향 보고나 지난 8월 피감기관 5급으로 승진 이동을 시도했을 때 경고 조치로만 그쳤는지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특별감찰에 있어서 민간인 피해에 대해 ‘문재인 청와대’도 안일하게 대응했거나 아니면 김 수사관과 같은 영역을 가리지 않는 첩보 활동이 필요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 사건은 당초 민정수석 산하 반부패비서관실에서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다가 비위 행위가 드러나 검찰에 복귀한 김태우 수사관이 언론에 “여권 중진(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비위 첩보를 생산한 까닭에 밉보여 쫓겨났다”고 폭로한 데서 시작했다.

‘우 대사가 취업청탁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뒤 그냥 가로챘다’는 진정서가 2015년 3월 검찰에 접수됐지만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그냥 종결 수순을 밟았다. 최근 김 수사관의 폭로 이후 대검찰청 감찰본부도 ‘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논란에 대해 야권은 다시 조국 민정수석을 비롯해 민정라인을 정조준하면서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더불어 우 대사 사건도 다시 수사 절차를 밟아야 할지도 모르는 논란의 불씨를 남긴 셈이다. 

   
▲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이 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리와 관련한 지시사항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