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오히려 상황이 안 좋아진다. 차라리 뭘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다."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조업 활력회복 및 혁신전략'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금껏 발표한 제조업 살리기 대책들도 좋은 말로 가득찼지만 실효성이 낮았다는 것이다.
그는 "신기술 개발 등을 위해 스타트업 업체들을 만나면 규제 때문에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면서 "새로운 사업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없는 것이 당연한데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막는 것은 사실상 사업을 접으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산업부는 이번 전략에서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도전적 기업가 정신의 부활'을 강조했으며, 기업들이 규제개혁을 체감할 수 있도록 내년 1월 규제샌드박스 관련 법령이 발효되는대로 대대적인 실증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소→중견→대기업으로 가는 성장사다리 보강을 통해 중견기업을 확대하고, 산업 연구개발(R&D)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의 속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현장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 바뀌지 않아 기업환경 개선이라는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가업승계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정부는 새로운 플레이어의 진입과 성장이 자유로운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내년 중으로 법·제도적 진입규제 및 사실상 진입장벽 관련 제도개선을 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그간 정부관계자들이 '네거티브' 규제로의 전환을 외쳤음에도 기업들의 체감도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점에서 효과 발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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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업으로 문 닫은 서울시내 상점 모습./사진=연합뉴스 |
실제로 지난 20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8년 기업환경 우수지역 평가'에서 지자체 행정시스템·공무원 행태·제도 합리성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기업체감도는 70.6으로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의 결과와 비교할 때 가시적인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경상 대한상의 경제조사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지자체 조례는 단시간에 개선이 가능하지만, 제도 운영 및 서비스는 기업이 체감하지 못하는 측면이 여전하다"면서 "기업애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소극적 태도 개선과 핵심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공공부문 주도 R&D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민간 R&D를 장려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R&D 진전을 언급하는 것은 '양두구육'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장에서는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으로 R&D 등 업무차질을 겪는 기업이 30%를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고 대기업 기준 R&D 세액공제 비율도 점차 감소하면서 미국·일본 등 주요국 대비 세액공제율 및 민간 R&D 투자 대비 조세지원 비중이 낮은 상황에서 고부가·첨단 제품 개발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기업들과 소통하고 애로를 들으면서 정책을 만들겠다고 공언했으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소득주도성장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더 강화됐다'고 말하는 등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한게 맞는지 의심될 정도의 행보를 보이고 있어 기업가정신의 복원이라는 표어가 기업과 국민에 대한 기만이라는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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