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타방송 베끼기 프로 성행, 품격갖춘 착한 방송 방송 거듭나야

   
▲ 박진언 배재대 교수
공영방송을 단순 정의 내린다면 방송의 목적을 영리에 두지 않고, 시청자로부터 징수하는 수신료 등을 주재원(主財源)으로 하여 오직 공공의 복지를 위해서 행하는 방송을 말한다. 얼마 전 한국에서는 영화의 잘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언론이 총리후보자의 과거를 파헤쳐 특종을 내보내고 결국 후보자는 여론의 질타를 못 이겨 고전 분투하다가 스스로 사퇴한다는 공영방송 KBS의 문창극 총리후보자 교회 강연 동영상 논란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사회는 다시 한 번 공영방송의 허와 실을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결말은 신상털기식 보도와 후보의 자진사퇴로 일단락되었다지만 '국민의 방송’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한국의 공영방송 KBS가 정말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공영방송이 나아가야 할 바른길을 다시금 제시해봐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에 앞서 해외 선진국들의 공영방송사 운영 및 발전 사례를 살펴보기로 하자.

자타공인 공영방송의 교과서는 단연 영국의 BBC(영국방송협회: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일 것이다. 세계 최초의 공영방송사라는 자부심과 BBC1, BBC2 등 채널별 브랜드화를 통한 채널 이미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영국민들의 대표 채널을 넘어 세계인이 함께 참여하는 매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BBC는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시청자들의 삶에 밀접한 창조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라는 다소 단순하면서도 진부한 논리이지만 이것이야말로 그들만의 시청자 위주의 창조적 콘텐츠 제작을 위한 해법이었던 것이다. BBC만의 독특한 자부심과 오로지 시청자들에게 맞춰진 배려심과 사명감이 바로 세계 최고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일 것이다. 일본 전역에는 54개의 지역방송사와 지상파 TV 2개 채널, 라디오 채널 3개, 위성방송 3개 채널을 보유한 일본 최대의 방송사 NHK가 있다.

NHK는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미디어 가운데 하나로 인정받고 있으며, 메인뉴스 등 보도 프로그램의 신뢰성을 살펴보면 다른 미디어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통신조사회가 실시한 미디어에 관한 2009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보의 신뢰도에 대한 질문에서 '전면적으로 신뢰하고 있다'를 100점으로 했을 경우 NHK가 73.5점으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신문 70.9점이었고, 상업방송은 63.6점, 인터넷은 58.2점이었다. 이는 일본신문협회의 미디어 접촉·평가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NHK는 신뢰성(43.3%), 심층성(25%), 중립·공정(36%), 사회적 약자 배려(27%)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06년부터 조직개편을 단행하여 조직·업무의 대폭적인 개혁과 슬림화, 조직풍토와 업무 운영 개혁 등을 내세웠고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개년 경영계획에서 제시한 '조직과 업무의 대폭적인 개혁과 슬림화 추진'에 따라 조직의 통폐합을 추진, 26개국을 20개로 줄였다. 또한 세월호 사고 당시 대한민국 미디어가 보여줬던 재난보도의 허술함과는 달리 NHK는 재난방송시스템을 가장 잘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 KBS는 공영방송이면서도 막장 불륜드라마를 양산하고, 일본과 경쟁사 방송프로를 베끼기하는 행태가 성행하고 있다. 공영방송이라면 BBC와 NHK등을 벤치마킹해서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야 한다. 품격을 갖추고, 상업방송과는 차별화돼야 국민적인 신뢰를 얻는다.

보도국 내에 46명 정도로 구성된 '재해·기상센터'라는 첨단장비를 갖춘 재난방송 전담부서가 구축되어 있어 지진이나 호우, 태풍 등의 경우 일본 기상청의 도움 없이 NHK가 독자적으로 기상을 관측할 수 있도록 지역방송국마다 지진계나 아메다스(자동 기상계측기)를 설치해 측정하고 있고, 기동취재 헬기도 14대나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공영방송 KBS의 상황을 어떠한가? 얼마 전 종영을 한 '엄마가 있는 풍경 마마도’는 tvN의 '꽃보다할배’의 여성 버전이라는 비난을 받았으며 현재도 MBC의 '아빠어디가’와 비슷한 포맷의 '슈퍼맨이 돌아왔다’등 콘텐츠의 자체적인 개발이 아닌 베끼기가 여전하다. 선정성, 막장 등으로 끊임없는 논란의 생성될 때마다 매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지만 아직까지 변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렇다보니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의 2014년 4월 심의제재는 20건 가량으로 오히려 상업방송을 능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높은 시청률로 주말 저녁 시간대에 편성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의 등장인물들을 보면 가족마저 돈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어머니, 성실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자 바로 옛 애인과 불륜에 빠지는 아내, 바람난 남편을 잡으려고 납치 자작극까지 벌이는 여자 까지 올 2월 막을 내릴 때까지 시종일관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길환영 KBS 사장은 드라마 종방연에 참석해 “할머니, 아버지, 자식 삼대를 아우르는 훈훈한 이야기로 수신료의 가치를 전하는 대표적 KBS 드라마” 라고 칭찬했다.

공영방송의 공영방송다운 것은 무엇일까? 첫째, 품격이 있어야 한다. 외국의 공영방송은 보도와 시사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도 일정 수준과 품격이 있어야 된다는 공감대가 방송사 조직원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둘째, '착하게’ 만들어야 한다. 일본 NHK의 경우 일일드라마 '하나코와 앤’은 캐나다 작가 루시몽고메리가 쓴 소설 '빨간 머리 앤’을 처음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한 무라오카 하나코(村岡花子)의 일대기를 다뤘다.

셋째, 상업방송과의 차별화가 있어야 한다. NHK는 예능도 정보와 오락이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형식이나 '가요무대’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영국 BBC는 셜록 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셜록’처럼 BBC 드라마는 세계 시장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시청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방송콘텐츠로 승부해야한다는 것이다.

KBS는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재원 구조 탓을 한다. 재원의 70% 이상을 수신료로 충당하는 BBC, NHK와 수신료 비중이 38%에 그쳐 광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KBS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방송시장에서의 최고의 고객은 단연 시청자이다. 시장경제 속 미디어는 자본의 영향력에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제까지고 수준 이하의 방송콘텐츠를 보며 인내하며 이해해주며 용서해주는 아량 넓은 시청자와 광고주들은 절대 없을 것이다./ 박진언 배재대 미디어콘텐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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