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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운 미디어펜 논설위원 |
정당민주화와 공직후보자 추천
정당은 국민의 선택에 의한 국정운영의 일관성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물론 장관 청문회 등이 있어 고위 공무원에 임용하려는 자의 국정운영 방향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알 수 있고 또 국민의 선택권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긴 하지만, 그래도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그 지향점에 맞는 정책들을 예비해놓는 것으로는 (후보나 국정담당자에게 구속력을 가지는) 정당의 비전과 약속 그리고 정책을 대신할만한 것이 없다. 그러기에 국민들은 정당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하고 후보에 대해서 속속들이 잘 모르는 경우에도 정당을 믿고 정당선택형 투표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정당선택형 투표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정당의 공직후보자 공천의 경우 그 과정이 보다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역시 사람이 일을 하는 것이므로, 정당 사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인사고, 그중에서도 민생 담당 사무를 다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공직후보자 추천이 중요하다.
그런데 과연 지지성향의 국민들 및 당원들의 위탁을 받아 당무를 처리하는 당 지도부가 지지 국민들과 당원들의 뜻에 맞게 일처리를 하고 있는가? 각 당이 공직후보자 추천을 하고 있는 모습을 분석해보면 그 정당이 정강정책과 일관성을 갖추고 있느냐, 또 그 정당이 제대로 민주적 통제를 받고 있느냐 여부를 잘 알 수 있다.
정당의 창당 초기에는 인물난 때문에 당 지도부와 의기 투합하는 사람을 이리 저리 공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정당공천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문제가 되지 않았던 이합집산 정당 시대에도 이런 현상을 어찌할 수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정 시기가 지나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추고 창당 지도부가 제2선으로 물러난 후에는, 정상적으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지도부를 뽑고, 또 민주적 절차에 따라 공천을 하지 않으면 공당의 사유화 문제가 생긴다. 정당민주화가 필수적이다.
대한민국 정당사를 볼 때도 정당민주화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온 시발점은 1987년 민주화 이후 민주화의 주역들이자 창당을 좌우할 수 있었던 주역들인 3김씨가 역할을 다 하고 물러나는 대략 2000년대 들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때부터 상향식 공천 및 국민경선제 도입논의가 본격화되었다. 이제 국가제도의 민주화에 이어 정당 민주화의 길을 걷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간 제도적으로는 정당 민주화의 요건을 갖추어나갔지만, 실천은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전략공천이라는 미명 하에 구체적으로는 인기 위주 당선 위주의 대진표 조합에 골몰하다보니 일관성 및 민주적 통제가 크게 흔들리고 당 지도부의 일방통행 시대로 도로 돌아가는 듯하다.
7.30재보선 공직후보자 추천에서 보여진 난맥상
7.30 재보선 공직후보자 추천의 경우를 살펴보면, 각 당 지도부의 일방통행이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새누리당의 경우를 보면, 평택에서 예비 후보로 뛰고 있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을 상향식 공천 경선 대상에서 제외시키더니 느닷없이 수원 영통에 ‘전문가’ 케이스로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돌아섰다. 그러니 수원영통에서 예비후보로 뛰던 사람들이 황당해진다.
김포를 희망하고 준비하던 나경원 전 국회의원의 경우도 지역 상향식 공천대상에서 배제시키더니,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동작을에 전략공천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갑자기 동작을에 출마해달라고 읍소하여 전략공천을 하였다. 애초에 지역 상향식 공천과 전략공천이 구분되어 추진되었더라면, 당 지도부의 우왕좌왕으로 인하여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지 않았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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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과 새민련 지도부가 7.30재보선과 관련해 광산을 동작을등의 지역구에 장기판 졸을 움직이듯 무원칙한 공천을 벌여 국민적 지탄을 받고 있다. 공천은 이제 지역주민과 당원들에게 추천결정권을 줘야 한다. 그게 정당민주화에 맞는 길이다. 새민련이 서울 동작을에 광산을에 공천을 신청한 기동민 전 서울부시장을 공천하자 허동준 지구당위원장(가운데)이 패륜, 불륜등이라고 반발하고 당관계자들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우에는 사정이 한층 더 심각하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지방선거에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게 광주시장 전략공천을 관철시키는 맛을 보더니, 이번에도 동작을에 최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를 무리하게 전략공천하려고 했다.
그러나, 전대협 출신이 주축이 된 당내 좌파 성향 의원 30여명이 주동하여 허동준 지역 위원장을 공천하라고 요구하자, 금태섭 변호사를 더 안전한 곳인 수원 영통으로 (물론 본인은 안철수에 대한 서운한 마음으로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빼고, 광주 광산에 신청했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전략공천하는 무리수를 두었다.
민주주의적 절차를 이렇게 난폭하게 무시하는 것이 새정치는 아닐 터인데도, 새정치라는 구호가 무색한 안철수 공동대표의 분파적 행동이 연이어 일어나자, 당내 반발이 거세게 일어났다. 허동준 동작을 지역위원장이 대표실을 점거하고 항의를 했다. 가족을 외부에서 갈라놓은 것이 아니기에 ‘패륜적’이라는 그의 어휘 자체는 과도한 것이기는 하지만, 그 지역에 신청을 하지도 않은 사람을 내려 꽂은 안철수 김한길 당 지도부의 결정은 민주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것은 맞다.
천정배 전 국회의원이 광주 광산을에 공천신청했으나 (새누리당의 경우와 유사하게, 영향력 있는 인사가 국회에 들어오는 것을 분파적 이유에서 꺼려해서였겠지만) 아무런 합리적 이유를 대지 않은 채 그를 공천에서 배제시키고, 오히려 공천신청을 하지도 않았고, 법원의 1,2심에서 모두 자신의 외압설 주장을 인정받지 못해서 허위로 외압설을 주장한 꼴이 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했다.
이러한 전략공천에 대해서 전병헌 의원이 ‘정의로운’(?) ‘증언의 가치를 반감시킨 결정’이라고 반발하는 등 당내 지지를 제대로 받지도 못했다. 또 대전에 영입하기로 발표했던 최명길 전MBC부국장을 영입시의 약속과 다르게 정작 전략공천하지 않고 경선으로 돌리자, 당사자가 후보직을 사퇴하는 난맥상까지 보였다.
상향식 공천을 공언했던 각 당 지도부들이 이러한 난맥상을 보인 것은 물론 승패에 연연해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 성적표 때문에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일방통행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새정치는커녕 과거회귀일 뿐이다. 결과적으로 7.30공직후보자 추천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국민들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각 당에 대해서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던 과정이었다.
지지국민과 당원에게 공직후보자 추천 결정권을! - 각 당의 공직후보자 추천 시 지역에서의 의결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만들자
각 당 지도부에게는 승리를 염두에 둔 공천을 해야 하는 압박감과 같은 고충도 있었을 것이고, 당의 정체성에 맞지만 지역 기반이 취약한 인물을 영입하려는 의지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왕좌왕 하면서 당의 후보를 장기판의 졸을 옮기듯이 이곳저곳 옮겨서 최종결정을 내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지 않지만, 무엇보다도 당에 대한 지지국민과 당원의 민주적 통제를 향한 그간의 정당 발전과정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그러면 당의 운영을 일정 기간 위탁받은 당 지도부의 고충과 민주적 통제 원리를 적절하게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것은 지지국민과 당원의 신임을 받아서 뽑혔던 당 지도부이니만큼 항상 재신임을 묻는 자세로 자신들의 결정에 대해서, 그것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 당원협의회에 최종적인 의결권을 넘겨 추인을 받는 것이다.
물론 그 추인과정은 찬반을 묻는 형식이 아닌,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 결정 후보가 누구인지를 밝힌 상태에서(당 지도부의 지지연설도 가능하다) 각각의 신청 후보들도 참여하는 열린 경선을 치르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당 지도부의 의지도 살릴 수 있고, 지지국민과 당원에게 명실 공히 공직후보자 추천 결정권을 돌려줄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역 기반이 충실치 않은 영입후보도 당지도부의 지지와 그에 대한 지지국민 및 당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서 ‘경선’에서 승리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평소에 지역에서 신망이 두터운 이는 중앙당의 공천심사위원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더라도, 중앙당의 지도부 결정을 신뢰하고 따르려는 일부 지역 사람들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역전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러한 경선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면, 경선불복 논의도 확실히 줄어들 것이다. 아울러 당 지도부도 민주적 통제를 의식해서 조금 더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지역에서의 의결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면 미국에서의 TEA(Taxed Enough Already) Party 운동처럼 풀뿌리 정당개혁운동이 각 당에서 세를 확보해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할 때만 각 정당이 진정 민의에 바탕을 둔 건강한 정당으로 변모해갈 수 있기 때문에, 최종 의결권을 지역에 돌려주는 것은 정당민주화 역사에서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미디어펜=박종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