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경제부 김동준 기자
[미디어펜=김동준 기자]“한 인간의 인격을 시험해보려면 그에게 권력을 줘 보라.(If you want to test a man’s character, give him power)”

인간의 본질을 관통함과 동시에 권력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이 고언(古言)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도 더 전에 미국 대통령을 역임했던 에이브러햄 링컨에게서 내뱉어진 말이다. 그리고 정치에 투신한 이들이라면 때때로 되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 축사에서 “선천적인 장애인도 있지만, 후천적으로 된 분들이 많아 저도 놀랄 때가 있다. 그런 신체장애인보다 더 한심한 사람들은…”이라고 하다가 “제가 말을 잘못했다”라고 화들짝 정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야권을 싸잡아 비난하려는 이 대표의 의도는 알겠으나 자칫 ‘신체장애인’도 ‘한심하다’라고 읽힐 수 있는 말실수다.

이보다 앞서서는 같은 당 김정호 의원의 갑질 논란이 불거졌다. 비행기 탑승 절차를 위해 신분증을 보여달라는 공항 직원을 상대로 “이 XX들 똑바로 근무 안 서네” 등 욕설은 물론 김 의원의 보좌진은 “의원님은 공항 건드린 적 없는데”라며 권력에 편승한 언행을 보였다고 한다. 

더욱 황당한 것은 김 의원이 사과는커녕 ‘김해 신공항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온 데 대한 정치적 공세’라는 해명을 늘어놓았다는 것이다. 갑질을 당한 공항 직원의 자필 경위서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국군의 실수라고는 하나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 철조망 잔해를 선물 받은 민주당 의원들도 책임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7cm 크기의 철조망이 ‘사단 전 장병은 한반도의 평화수호를 다짐하며, 7사단을 방문하신 OOO 의원님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간 액자에 담겨 선물로 주어질 때 그들은 왜 덥석 받기만 했나.

이는 비단 집권당 인사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곽상도·신보라·장석춘 의원 등 4명은 올해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 불참하고 베트남 다낭으로 사실상 ‘외유성 출장’을 떠나 빈축을 샀다.

이후 조기 귀국한 이들은 “부적절했다” “국민께 죄송하다” 등 유감을 표했지만, 이들 중 일부는 본회의 핵심 쟁점이었던 ‘산업안전보건법(김용균법)’과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다룬 상임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에서 실망감은 더해진다.

다시 링컨 대통령의 명언으로 되돌아 가 보자. 그는 저 말을 하기에 앞서 “거의 모든 사람은 역경을 이겨낼 수 있다(Nearly all men can stand adversity)”라고 전제했다. 정치인들 스스로 지금의 구설을 ‘역경’으로 여겨 ‘이겨낼 수 있다’라고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자문해 볼 때가 아닐까. 국민이 정치를 외면하면서도 따끔한 질책을 날리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 전경./미디어펜